아내는 돈을 벌려고 전통시장을 누비는데나는 돈을 쓰려고 먹자골목을 어슬렁거린다세상 물정에 너무 어두워서쓰는 것도 버는 장사 밑천이라며 얼버무린다그럭저럭 사는 일에 매몰되어 허송세월하는 줄도 모르는 밥통이다사는 게 별거 아니라는,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농담을 신봉한다돈을 잘 쓰는데도 모범이 있는가아내는 내가 과일만 몇 개 사 들고 집에 들어와도“돈을 잘 쓰네!” 한다어렵게 버는데 쉽게 쓴다는 말일까적절히 쓸 곳에 쓴다는 말일까표정이 딱 그 중간 지점에 걸려 있다. -박종철의 시 '아내의 표정'시는 독자들에게 즐거움도 선사해야 한다. 재미난 시가 그래서 소중하다. “아내의 표정이 딱 그 중간에 걸려 있다” “딱 그 중간 지점”에 걸린 아내의 표정? 시속의 화자(시인)가, 과일 몇 개만 시들고 와도,“돈을 잘 쓰네” 말하는 아내의 표정이, 그 중간 지점이란다. 시속 화자(시인)는 아내보다 여유가 있어 보인다. 또 유머도 넘친다. 멋진 시인의 마음이다. 삶의 내공도 보인다. 시를 보는 깊은 안목도 보인다.아내는 돈을 벌려고 전통시장을 누비는데, 자기(화자)는 “돈을 쓰려고 먹자골목을 어슬렁거린다”, 세상물정에 어두워 “쓰는 것도 버는 장사“라며 마누라한테 얼버무릴 줄도 아는 남자, 사는 일에 매몰되어 허송세월 하는 줄도 모르는 ”밥통“이, 때로는 이 세상의 남편들(시인의 얼굴)이 아닌가, ”사는 게 별거 아니라는 오래된 농담도 신봉하는“ 재미난 이 땅의 남자들의 모습. 이 시의 묘미다. 진술과 묘사가 썩, 잘 어울리고 있다. 시인은 어떤 사람인가? 시를 쓰는 사람? 시를 잘 쓰는 사람? 아닙니다 (시인은 시를 썩! 잘! 쓰는 사람입니다!)독자들이여! 시를 보는 안목을 키웁시다. 좋은 시를 많이 읽을 때, 고전을 많이 읽을 때, 비로소 그때 좋은 안목이 생깁니다. 처서가 지난 하늘엔 시원한 바람이 붑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릴케 시인의 아름다운 시구가 생각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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