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부터 시작된 인사청문회는 태생적 허점을 안고 있었다. 국회의 임명 동의가 필요한 자리는 국무총리·감사원장·대법원장과 대법관 등 17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국회가 부적격 판정을 내려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이러한 빈틈으로 인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임명을 강행한 사례는 노무현 정부 3명, 이명박 정부 17명, 박근혜 정부 10명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선 34명으로 늘었고, 윤석열 정부에서도 30명을 웃돌았다. 최근에는 공직 후보자 검증 재료 자체가 부실해지는 게 문제이다. 15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선 증인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앞서 이재명 정부의 내각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총 25차례 중 18차례가 '증인 0명'으로 열렸다. 지난 6월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야당은 요구 자료 1170건 중 40%가량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청문회가 이렇다 보니 '맹탕 청문회'라는 비판과 '청문회 무용론'이 나오는 것이다.그렇다고 청문회 제도 자체를 없애자는 것은 과유불급이다. 제도가 제 기능을 못 한다고 걷어내면 남는 건 견제받지 않는 인사권뿐이다. 청문회가 생긴 뒤 고위공직자의 재산·병역·납세·위장전입·이해충돌을 국민이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청문회라는 문턱은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하기 전에 한 번 더 검증하도록 압박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대통령과 일부 참모만 알던 후보자의 이력이 국민 앞에 노출됐고, 검증 과정에서 낙마한 후보자가 나왔다. 반면 자질을 갖춘 후보자 앞에선 여야 합의도 적지 않았다. 인사청문회는 실보다는 득이 더 많은 제도다. 그래서 제도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후보자를 임명하려면 청와대가 부적격 사유에 답변하도록 소명 의무를 두는 방안을 모색해 볼 만하다. 국회도 핵심 증인의 채택을 원칙으로 하고, 후보자 등이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를 내지 않으면 책임을 묻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 맞고 야당도 쉽게 흠잡기 어려운 사람을 골라야 한다. 인사청문회는 필요하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오만해지고, 오만해진 권력은 독주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