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첫 ‘헤리티지 AI 시네마’가 선을 보였다.   인공지능(AI)이 과거의 공간과 인물, 이야기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으면서 문화유산은 스크린 속에서 다시 움직이고 관객과 만나는 콘텐츠로 확장됐다.    이번에 경주서 첫선을 보인 ‘헤리티지 AI 시네마’는 문화유산의 보존을 넘어 AI를 통해 과거를 현재의 감각으로 경험하고 미래의 콘텐츠로 확장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제1회 경주 헤리티지 AI 시네마(Heritage AI Cinema)’가 지난 11일 경주 보문관광단지 프리미엄 멀티플렉스 씨네Q에서 열렸다. 국가유산청·경북도·경주시가 공동 주최하고 국립문화유산연구원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10~12일 열린 ‘2026 세계국가유산산업전’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AI와 XR(확장현실) 등 첨단 기술을 문화유산과 결합해 역사와 유산을 보다 생생하고 친숙하게 전달하는 새로운 문화유산 활용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영화제의 의미를 더했다.영화제에서는 문화유산을 소재로 한 영화와 다큐멘터리, 뮤직비디오, 미디어아트, XR 콘텐츠 등 모두 11편의 AI 작품이 상영됐다. 신라와 조선, 실크로드를 비롯해 독립운동사와 고생물학적 유산까지 시공간을 넘나드는 주제를 AI 영상으로 재해석해냈다.개막작은 한국전통문화대 이지형 감독팀이 제작한 ‘사천왕사’였다. 경주 낭산 자락에 자리했던 신라의 대표적인 호국 사찰 사천왕사를 배경으로, 신라 최고의 조각가로 알려진 양지스님과 당나라 침공을 막기 위해 행해진 문두루 비법을 AI 영상으로 재구성했다. 사라진 사천왕사의 모습과 신라의 호국신앙을 극적인 영상으로 되살려 경주 문화유산의 역사적 서사를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줬다. 경주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낸 작품도 눈길을 끌었다. ‘꽹’은 경주의 신라 문화유산과 한복, 힙합, K-팝을 결합한 AI 뮤직비디오다. 경주시가 개발한 신라문화체 폰트를 활용하는 등 지역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전통문화와 글로벌 콘텐츠의 접점을 모색했다.‘화랑’은 김춘추·김유신·이화랑·비형랑·천광 등 다섯 화랑을 현대에 다시 불러내 K-팝 그룹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담았고 ‘실크로드 부다’는 구법승 혜초를 매개로 인도에서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로 이어진 불교 전파와 문명 교류의 흐름을 그렸다. 이밖에도 돈황의 석굴과 벽화를 AI 미디어아트로 재현한 ‘돈황’, 안중근 의사의 인품에 감화된 일본인 간수 지바도시치의 이야기를 담은 ‘안중근의 간수 지바도시치’, 정조의 1795년 화성행차를 재현한 ‘수원행차 8일간의 기록’,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을 AI로 재구성한 ‘마르코폴로 몽골’, 달항아리의 탄생과 보존의 역사를 다룬 ‘기억을 품은 그릇, 달항아리’, 몽골 고비사막의 공룡 화석을 소재로 한 ‘고비사우르스’ 등이 상영됐다.특히 폐막작 ‘반고흐 XR-Bus 아를에서 신라 불국사까지’는 이번 영화제가 추구한 ‘시공간을 초월한 문화유산 여행’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AI로 되살린 빈센트 반 고흐의 시선을 따라 XR-Bus가 프랑스 아를에서 인도 아잔타 사원을 거쳐 신라시대 경주의 석굴암과 황룡사, 불국사로 이동하는 작품이다.실제 존재했던 화가 반 고흐를 AI로 구현하고 XR 기술을 통해 서로 다른 시대와 문명의 유적을 하나의 여정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기존 문화유산 영상과 차별화했다. 문화유산을 고정된 과거가 아니라 끊임없이 이동하고 재해석되는 이야기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도 특징이다.이번 영화제는 지난해 경주 APEC 이후 후속 문화콘텐츠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박진호 KAIST 김재철AI대학원 초빙교수의 제안으로 시작돼 1년간의 준비 끝에 첫선을 보였다. 주낙영 경주시장도 이날 상영작을 끝까지 관람하고 “반 고흐가 XR-Bus를 타고 아잔타 석굴을 거쳐 불국사와 석굴암까지 여행한다는 놀라운 상상력과 발상이 인상적”이라며 AI와 문화유산의 결합에 의미를 부여했다.‘경주 헤리티지 AI 시네마’는 신라의 역사와 유산이 집약된 경주에서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지역 문화유산을 세계적인 콘텐츠로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실험으로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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