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동산 세제는 지나치게 복잡하다. 주택 수가 몇 채인지, 조정대상지역인지,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제금액이 얼마인지 따지다 보면 전문가조차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제도가 복잡해질수록 국민의 불신은 깊어지고, ‘나도 모르는 사이 세금 폭탄을 맞지 않을까’라는 조세 저항과 불안감만 증폭되어왔다. 이제는 부동산 세제의 틀을 직관적이고 명쾌하게 바꿀 때가 되었다. 해법은 간단하다. 주택 수나 지역 같은 요건을 모두 덜어내고 ‘부동산 총가액’ 단 하나만 보는 것이다. 집이 한 채든 여러 채든, 거주든 비거주든 불문하고 개인이 보유한 부동산 가격을 합산해 전국적으로 일렬로 줄을 세운 뒤, 상위 5%에게만 누진율로 과세하는 ‘부동산 상위 5% 국토보존세’를 도입하자는 제안이다. 명칭도 국토보존세라고 부르면 거부감도 적을 것이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은 명확하다. 첫째, 95%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조세 저항을 극소화할 수 있다. 전체 국민의 95%는 자신이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게 된다. 집값이 조금 올랐다고 세금 고지서가 날아오지 않을까 조마조마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며, 사회적 예측 가능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둘째, 복잡한 세제를 단순화하여 꼼수 투기와 편법을 차단한다. 기존 세제는 주택 수나 명의 분산에 따라 세금이 달라져 '똘똘한 한 채' 쏠림이나 편법 소유를 부추겼다. 이를 '전국 부동산 총가액' 단일 기준으로 일원화하면 세제가 획기적으로 명료해지고 세법의 허점을 노린 투기 행위를 근본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셋째,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해 조세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산 증식은 개인의 노력보다는 사회적 인프라와 국토의 희소성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부유세란 오해를 주지 않기 위해 현금과 예금이나 주식 등 기타 금융자산은 논외로 하고, 오직 부동산으로 형성된 과도한 불로소득에 대해 상위 5%를 대상으로 부의 쏠림을 완화하는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은 합리적이다. 여기서 5%는 임의적으로 정한 만큼 조정은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명쾌하고 95%의 국민에게 이로운 정책이 그동안 실행되지 못하고 논의가 진행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입법·행정·사법부를 비롯한 고위층의 이해충돌과 기득권 저항 때문이다. 법을 만들고 정책을 집행하는 국회의원, 고위 관료, 법조인, 언론인 등 사회 지도층 다수가 정작 부동산 총가액 상위 5% 내외에 포함되는 자산가라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스스로에게 세금을 더 물리게 되는 제도를 찬성하기란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러나 국토를 보존하고 사회 지도층이 솔선수범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정신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차원에서, 이들이 개인의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국민 절대다수를 위한 세제 개혁에 동의하고 입법화에 나서면 이 제안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이 제도를 성공적으로 입법화하고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다음의 제도적 보완 조치도 병행되어야 한다. 첫째, 국세와 지방세 간 세수 재배분과 지방재정 개편이다. 현재 보유세는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로 나누어져 있으며, 종부세 세수는 지방정부 재정 균형을 위한 교부세로 배분된다. 총가액 기준 상위 5% 국토보존세로 재편할 경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세수 격차가 생기기 않도록 국세-지방세 재정 조정체계를 정교하게 개편하여 지방재정 약화를 막아야 한다.   둘째, 경계선상의 불평등(문턱 효과)을 완화하는 완충 장치다. 상위 4.9%와 5.1% 간의 미세한 차이로 과세 여부가 급격히 갈리는 불공정을 막기 위해, 상위 5% 진입 구간부터는 세율을 완만하게 올리는 누진 완충 구조(슬라이딩 스케일)를 갖춰야 한다. 셋째, 실거주자 보호와 고령층 현금 흐름 보완이다. 과도한 세금부담으로 인한 억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1주택 실거주자에 대한 합리적 완화 장치를 두고, 실질 자산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부동산 대출금을 뺀 '순자산' 기준 평가를 검토하고, 소득은 없지만 오래 거주한 고령층을 위해 주택 매각 시점까지 납부를 미뤄주는 납부 유예제 등을 세심하게 마련해야 한다. 현재 전국 모든 부동산 공시가격이 전산화되어 있는 만큼 행정적 실현 가능성은 이미 충분하다. 복잡한 셈법으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세제는 좋은 세제가 아니다. 국민 절대다수는 안심하고, 주택 자산이 집중된 상위 5%는 정당한 세금을 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고 하면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 입법부와 정책당국이 이 단순하고 명쾌한 원칙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부동산 세제는 소모적인 갈등을 끝내고 참된 조세 정의를 세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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