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은 당이 한다. 그러나 표는 주민이 던진다." 박형수 국회의원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새겼어야 했던 말이다. 의성·청송·영덕·울진. 국민의힘의 전통적 강세지역이지만 이번 선거는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가장 선명한 장면은 울진이다.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후보가 무소속 후보에게 군수 자리를 내줬다. 경북 22개 시장·군수 가운데 국민의힘이 18곳을 차지했지만 울진을 포함한 4곳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공천 과정의 갈등이 무소속 후보 지지로 이어진 지역이라는 분석도 나왔다.박형수 의원에게 묻는다.이 결과를 단순한 ‘울진의 선거 결과’라고 치부할 것인가. 선거가 끝난 뒤에도 울진의 민심은 잠잠하지 않다.
최근 울진군의회는 군민 1인당 30만원씩 지급하려던 민생안정지원금 140억4900여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4명이 반대 무소속 의원 3명은 찬성했다. 이후 울진 곳곳에는 군의회를 비판하는 현수막이 내걸리고 주민 반발이 이어졌다.
예산 심사는 의회의 권한이다. 하지만 정치에는 권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설명할 책임도 있고, 갈등을 풀 책임도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라면 더욱 그렇다. 박 의원이 지원금 삭감에 직접 관여했다는 근거는 없다. 그렇다고 지역의 갈등이 커지는 동안 침묵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영덕은 더 눈여겨봐야 한다. 국민의힘 조주홍 후보가 당선됐지만 경선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다. 김광열 예비후보 측은 이의를 제기했고, 조 후보 측은 사실무근이며 흑색선전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위법 사실이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그냥 지나갈 일이 아니다. 공천 과정의 갈등이 남아 있고 법적 쟁점까지 제기된 지역을 두고 ‘선거가 끝났으니 끝났다’고 할 수 있는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문제다. 영덕은 지금 태풍 전야다. 현재는 조용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공천 과정에서 쌓인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후속 절차나 법적 판단에 따라 새로운 논란으로 번진다면 지역 정치권 전체가 다시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그 책임의 한가운데 지역구 국회의원인 박형수 의원이 있다. 공천할 때 지역이 필요했다면, 공천 후폭풍을 수습할 때도 지역에 있어야 한다.
의성과 청송의 승리를 내세워 안도할 때가 아니다. 영덕의 당선을 두고 자축할 때도 아니다. 울진이 이미 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정당의 간판만으로 주민의 마음을 가져갈 수 없다는 답이다. 박형수 의원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국비 확보 실적을 나열하는 의정보고회가 아니다. 주민들에게 물어야 한다. “왜 공천에 불만을 품었습니까.” “왜 정당보다 다른 선택을 했습니까.” 그리고 그 답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지역 주민은 누구의 표밭도 아니다. 공천으로 확보하는 정치적 영토도 아니다. 주민의 표는 정치인의 권리가 아니라 신뢰의 결과다.
공천은 박형수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의 영역일 수 있다.하지만 투표는 주민의 영역이다. 그 경계를 잊는 순간 지역정치는 무너진다.울진은 이미 경고했다. 영덕은 아직 불씨가 남아 있다. 그리고 그 불씨가 언제 다시 타오를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박형수 의원이 지금 답해야 할 것은 ‘몇 곳을 이겼느냐’가 아니다. ‘왜 민심이 움직였느냐’다. 공천은 끝났다. 선거도 끝났다. 그러나 민심은 끝나지 않았다. 특히 영덕은 아직 태풍 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