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을 가서 온천에 들어서면 달걀 썩는 냄새가 훅 들어 옵니다. 황화수소(H₂S) 때문입니다. 정화조 작업 중에 인부가 변을 당했다는 소식에 늘 따라붙는 유독가스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기체를 체내에서 직접 생산해 씁니다. 뇌에도 있고 혈관에도 있고 장에도 있습니다.몸에서 일을 하는 물질은 거의 모두 단백질입니다. 반응을 일으키는 효소도, 신호를 전하는 호르몬도, 그 신호를 받는 수용체도, 신경세포 사이를 오가는 신경전달물질도 대부분 단백질입니다. 자물쇠에 열쇠가 들어맞아야 문이 열리듯 단백질 구조가 맞아야 작용이 시작된다고 배웠습니다.이 오랜 상식에 처음 금을 낸 것이 일산화질소(NO)입니다. 협심증 환자가 혀 밑에 넣는 니트로글리세린이 어떻게 흉통을 가라앉히는지 한참을 몰랐습니다. 알고 보니 이 약에서 나온 일산화질소가 혈관을 확장시키고 있었습니다. 일정한 구조도 갖추지 못한 기체가 호르몬 역할을 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1998년 노벨 생리의학상이 이 발견에 돌아갔습니다.곧이어 일산화탄소(CO)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적혈구의 헴이 분해될 때 생기는 일산화탄소가 혈관의 긴장도와 염증을 조절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1996년에는 황화수소가 세 번째로 합류했습니다. 학계는 이 셋을 묶어 기체전달물질(gasotransmitter)이라 부릅니다. 황화수소는 황을 함유한 아미노산인 시스테인을 재료로 체내 효소가 합성합니다. 작용하는 방식이 단백질과 사뭇 다릅니다. 따로 결합할 수용체가 없고, 세포막쯤은 그냥 통과합니다. 저장해 두지도 않아 필요할 때 합성했다가 이내 사라집니다. 대신 지나는 길목의 단백질에 황을 하나 붙여 성질을 바꿔 놓습니다. 문을 여닫는 대신 스위치만 올려놓고 가는 셈입니다.단백질에 황을 붙이는 일이 특히 뇌에서 중요합니다. 활성산소가 시스테인을 산화시키면 쇠에 녹이 슬듯 단백질의 성질이 변합니다. 녹슨 단백질은 본래의 유연함을 잃고 서로 엉겨 붙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에서 관찰되는 단백질 응집이 바로 이런 모습입니다. 황화수소는 시스테인에 황을 하나 더 얹어 코팅을 입혀 둡니다. 녹이 슬 자리를 미리 덮어 두는 셈입니다. 혈관을 이완시키고 혈압을 낮추며 미토콘드리아를 보호하는 작용도 여기서 나옵니다.문제는 나이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황화수소를 만드는 효소의 활성이 떨어지고 혈중 농도도 낮아집니다. 녹은 늘어나는데 코팅은 줄어드는 형국입니다. 그렇다면 부족한 만큼 들이마시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 법합니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황화수소의 두 얼굴이 있습니다.세포가 산소로 에너지를 만드는 마지막 단계에 사이토크롬 산화효소라는 문이 있는데, 황화수소는 농도가 높아지면 이 문을 틀어막습니다. 청산가리가 사람을 해치는 방식과 같습니다. 산소는 넘치는데 세포가 그 산소를 쓰지 못하니, 숨을 쉬면서도 질식하는 상태가 됩니다. 정화조 사고에서 구하러 들어간 사람까지 함께 쓰러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관건은 존재가 아니라 농도입니다. 몸이 스스로 만드는 양은 미량이고, 그 미량을 필요한 자리에 잠깐 놓았다가 거두는 조절 능력이 약과 독을 가릅니다. 황화수소를 서서히 내놓는 약제를 만들려는 연구가 이어지는 것도 이 조절을 흉내 내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아직은 세포와 동물실험 단계여서, 알약 하나로 부족한 황화수소를 채우겠다는 기대는 접어 두는 편이 좋겠습니다. 대신 몸이 스스로 만들도록 재료를 대 주는 길이 있습니다. 바로 마늘과 브로콜리입니다.마늘을 썰거나 찧으면 알리신이 생기고, 이것이 디알릴 트리설파이드 같은 황화합물로 변합니다. 이 성분이 세포 안에서 글루타티온을 만나면 황화수소를 내놓습니다. 들이마시는 기체와 달리 세포가 필요한 만큼 조금씩 꺼내 쓰는 방식입니다. 썰어 놓고 10분쯤 두었다가 불에 올리는 편이 좋고, 오래 볶기보다 살짝 익히는 쪽이 낫습니다. 브로콜리와 양배추 같은 십자화과 채소는 길이 조금 다릅니다. 여기 들어 있는 설포라판은 황화수소를 직접 내놓지는 않지만, 체내의 항산화 방어 체계를 깨워 녹이 스는 과정 자체를 줄여 줍니다. 마늘이 코팅제를 대 준다면 브로콜리는 녹을 덜 슬게 하는 셈이니, 한 접시에 함께 올릴 이유가 충분합니다.먹는 방식도 도움이 됩니다. 육류에 많은 메티오닌을 조금 줄이거나 공복 시간을 길게 하면 황화수소를 만드는 효소가 활발해집니다. 냄새로만 알던 기체가 혈관과 뇌세포를 지키고 있었던 셈입니다. 오늘 저녁에는 마늘을 넉넉히 넣은 브로콜리 요리를 상에 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몸이 쓸 재료를 손수 채워 넣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