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8월 조선을 강제 병합한 일본은 조선총독부를 설치한 뒤 행정 체계부터 대대적으로 손봤다. 1914년 전국의 군(郡)과 면(面)을 통폐합하고, 리(里)·동(洞)·촌(村) 등 수많은 마을을 하나로 묶으면서 지명도 새로 만들었다. 식민 통치를 효율화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지명의 이름을 바꾼 '창지개명(創地改名)'의 가장 손쉬운 방법은 기존 지명에서 한 글자씩 떼어 붙이는 것이었다. 서울에서는 관인방과 대사동에서 '인사동'이, 한림동과 약전중동에서 '중림동'이란 이름이 만들어졌다. 경기도 광주군에서는 분점리와 당우리를 합쳐 '분당리'라 이름 붙였다.통폐합은 마을에 그치지 않았다. 일제는 양주군 구지면과 망우리면을 합쳐 '구리면'을, 부평군과 인천부(인천시) 일부를 통합해 '부천군'을 만들었다. 지금의 분당·구리·부천이란 이름도 일제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일제가 새로 붙인 지명도 있는데 인천 송도(松島·마쓰시마)다. 이 일대에는 원래 옥련리 등 옛 지명이 있었지만 일본 3경의 하나인 마쓰시마와 일본 군함 '마쓰시마'에서 따왔다는 설과 당시 인천시장인 마쓰시마 기요시의 성을 붙였다는 설이 있다.최근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일제 잔재 지명 정비 문제를 제기해 관심을 끌고 있다. 전 의원실이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일본식 표기 의심 지명은 전국 739곳이며, 이중 이름을 바꾼 곳은 84곳(11.4%)에 불과하다. 일제가 임의로 바꾸거나 우리 문화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로 붙인 이름이라면 원래 이름을 찾아줘야 한다. 하지만 인사동·분당·구리처럼 100년 넘게 우리 생활 속에 뿌리내린 이름까지 없애는 게 맞는지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이참에 일본에서 만들어진 한자어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가원수를 뜻하는 '대통령(大統領)'부터 그렇다. 일본이 영어 'president'를 옮기는 말로 쓰기 시작한 것이 '대통령(다이토료)'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통령(統領)'이 일본에서 무사 집단의 우두머리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는 점이다. 아무리 우리말로 굳어졌다 해도 '사무라이 두목'에 쓰던 말을 국가원수의 직함으로 계속 쓰는 게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여야가 개헌을 논의한다면 대통령과 차관 같은 일본산 직함에 대해 고민했으면 한다. 어쩌면 송도 이름을 바꾸는 것보다 더 중차대한 문제일 수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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