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해" 우리말 가운데 이처럼 짧으면서도 다양한 감정을 담아내는 말이 또 있을까. 예상치 못한 사고가 생겼을 때, 너무 기쁜 일이 생겼을 때, 놀랍고 신기한 광경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무심코 "어떡해"를 외친다. 이 짧은 감탄사에는 놀람과 당황, 기쁨과 감동이 한꺼번에 녹아 있다. 예전에 딸이 늙은 호박을 자르다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무슨 일인가 달려가 보니 호박 속에서 나온 구더기가 몸을 활처럼 한껏 웅크리더니 점프를 하는 것이었다. 딸은 놀라서 연신 "어떡해"를 외쳤다. 그때까지 나 역시 구더기는 기는 재주만 있는 줄 알았다. 그저 징그럽고 미미한 미생물이라 여겼던 존재가 도약하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장면을 떠올리며 문득 나 자신을 되돌아 보니 나 역시 기는 재주만 있는 줄 알았다. 학교에 다닐 때 글짓기로 상 한 번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글쓰기는 타고난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인생의 후반부에 시와 수필을 쓰고, 동시와 동화까지 쓰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신기한데 이제는 노래를 만들고 직접 부르며 싱어송라이터라는 새로운 이름까지 얻게 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악보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목소리로 여러 곡을 발표하게 될 줄 누가 상상했겠는가. 지나고 보니 잠재력의 씨앗은 아주 오래전부터 내 안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 학창 시절에 박목월의 「윤사월」 시를 노래로 흥얼거리곤 했다. 당시에는 그저 남의 곡에 시를 붙여 부르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때 이미 창작의 씨앗이 조용히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결정적인 계기는 꿈이었다. 노래교실에 다니던 어느 날 새벽, 꿈속에 노래교실 선생님이 나타나 "형님, 노래 하나 만들어 봐요."라고 말했다. 잠에서 깨자마자 가사가 쏟아져 나왔고, 그것이 첫 창작곡으로 이어졌다. 그 순간 마치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거인이 눈을 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많은 사람이 ‘내 안의 잠자는 거인을 깨워라’라는 말을 떠올릴 것이다. 저자인 Tony Robbins는 우리 안에는 누구나 잠재력이 잠들어 있으며, 그것을 깨우는 순간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거인은 멀리 있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바로 우리 안에서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2025년 추석, 아내와 아내의 친구 셋이 시장을 다녀오는 길에 뒤따라오던 아내 친구가 "섹시하다."라며 농담 한 조각 건넸다. 그 유쾌한 농담 한 조각에 "저기 가는 저 여자, 섹시 섹시해. 말을 해볼까, 따라가 볼까. 가슴이 두근두근. 이름이 무얼까. 무엇을 할까. 궁금해 궁금해 무척 궁금해~"라는 비트와 가사가 거침없이 흘러나왔다. 랩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내가 순식간에 랩트롯 ‘어떡해’를 만들었다. 기적같이 7번째 노래가 탄생하였다. 사람들은 흔히 재능은 어릴 때 거의 다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생은 그렇지 않다. 어떤 씨앗은 봄에 싹을 틔우지만 어떤 씨앗은 한여름이 되어서야 꽃을 피우고, 어떤 나무는 수십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열매를 맺는다. 늦게 발견되었다고 해서 늦은 재능은 아니다. 오히려 오랜 시간 삶을 견디며 무르익은 재능일 수도 있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자신의 가능성을 미처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부모는 자녀에게, 조부모는 손주에게,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도 끊임없이 묻는 노력이 필요하다. "너는 무엇을 잘하니?"보다 "네 안에어떤 거인이 잠들어 있을까?"라고 말이다. 그 질문 하나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다. "너의 내면에는 상상보다 훨씬 더 커다란 거인이 살고 있단다"라고 나직이 속삭여 주자. 작은 칭찬 한마디, 따뜻한 눈빛 하나가 아이 안의 거인을 깨우는 위대한 알람이 될 것이다. 나 자신이 기적의 증거가 되었듯, 우리 다음 세대들이 만들어갈 수많은 '점프의 순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본다. 우리에게는 아직 ‘어떡해’라는 눈부신 날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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