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잘 자려면 밤에는 불을 어둡게 하라고들 합니다. 빛이 잠을 방해한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커피는 빛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데도, 오후에 한 잔만 마셨을 뿐인데 밤새 뒤척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빛과 커피는 어떻게 둘 다 잠을 막는 것일까요? 그 답을 찾으려면 잠이 어떤 길로 찾아오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잠은 한 가지 이유로 오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두 경로가 함께 작용합니다.첫 번째 경로는 수면 압력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뇌에는 졸음이 조금씩 쌓입니다. 빈 물통에 물이 한 방울씩 차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오래 깨어 있을수록 물은 많아지고 졸음은 무거워집니다. 잠이 들면 물이 빠져나가고, 다음 날 아침이면 물통은 다시 비워집니다. 밤을 새운 다음 날 깊이 곯아떨어지는 것은 그만큼 물이 많이 찼기 때문입니다.두 번째 경로는 생체 시계입니다. 뇌 깊은 곳에는 24시간 주기로 도는 시계가 있어, 낮에는 깨어 있으라는 신호를 보내고 밤이 되면 그 신호를 끕니다. 이 시계는 물통과 상관없이 자기만의 시간표대로 움직입니다. 밤을 꼬박 새웠는데도 아침이 되면 오히려 정신이 드는 것은, 물통은 가득 찼을지라도 시계가 깨어 있으라는 신호를 울렸기 때문입니다.잠은 이 두 경로가 맞아떨어질 때 찾아옵니다. 저녁이 되어 물통이 충분히 차고, 시계가 깨우는 신호를 끄는 순간 잠의 문이 열립니다. 둘 중 하나만 어긋나도 쉽게 잠들지 못합니다. 물통은 찼는데 시계가 아직 낮이라고 하면 몸은 무거워도 눈은 말똥말똥하고, 시계는 밤이라는데 물통이 덜 찼다면 누워도 잠이 오지 않습니다. 빛과 커피는 바로 이 두 경로를 하나씩 건드립니다.빛은 시계를 건드립니다. 눈에는 밝기를 알아채는 세포가 있어서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뇌에 알립니다. 밤늦게 밝은 빛을 보면 시계는 아직 낮이라고 판단하여 잠을 부르는 멜라토닌 분비를 늦춥니다. 물통이 가득 차 있어도 시계가 문을 열어 주지 않는 셈입니다. 잠들기 전 가까이 들여다보는 휴대전화 화면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대로 아침 햇빛은 시계를 제때 맞춰 줍니다.커피는 물통을 건드립니다. 깨어 있는 동안 뇌에 쌓이는 졸음 물질의 대표가 아데노신입니다. 카페인은 아데노신과 생김새가 닮아, 아데노신이 앉아야 할 자리를 먼저 차지하고 졸음 신호를 막아버립니다. 물이 빠진 것이 아니라 물통의 눈금을 가려 놓은 것입니다. 문제는 카페인이 몸속에서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평균 5시간이나 걸린다는 점입니다. 오후 3시에 마신 커피가 밤 11시에도 3분의 1가량 남아 눈금을 계속 가립니다. 카페인을 분해하는 속도는 타고난 유전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분해가 느린 사람일수록 오후에 마신 커피에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빛을 줄이는 것은 시계를 지키는 일이고, 커피를 마시는 시간을 앞당기는 것은 물통을 지키는 일입니다. 잠드는 시각보다 적어도 8시간 전에는 마지막 커피를 마시고, 예민한 편이라면 점심 무렵으로 당겨 보십시오. 아침에는 햇빛을 쬐고 밤에는 조명을 낮추십시오. 오후에 밀려오는 졸음은 물통이 제대로 차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 졸음을 밤까지 가리지 않고 두는 것이 깊은 잠으로 가는 가장 쉬운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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