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노사가 내년 4월부터 은행 점포 영업시간을 30분 줄이기로 잠정 합의했다. 개점 시간을 현행 오전 9시에서 9시 30분으로 늦추는 방식이다. 문을 닫는 시간은 오후 4시로 그대로 유지된다. 금융노조는 사측과 교섭 잠정 타결 직후 "건국 이래 최초로 은행 영업시간을 30분 단축했다"며 '의미 있는 성과'라고 자평했다. 최종 확정되면, 은행 직원들 입장에서는 출근을 좀 더 여유롭게 할 수 있고 '칼퇴근'도 가능하게 하는 장치들이 마련되는 셈이다.은행 직원들도 노동자로서 마땅한 권리를 누릴 권리가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나 탄력 근무를 통한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추구, 육아휴직 확대나 초과근무에 대한 보상 등 합리적인 복지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누구도 탓할 수 없다. 그러나 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 서비스업인 금융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은행 개점 시간을 늦춰 광범위한 고객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공공기관이나 민간부문의 대부분 직장이 출근 시간을 '국룰'처럼 오전 9시로 맞추고 있어 은행 업무를 연계하는 고객의 관행으로 굳어진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현금이 꼭 필요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의 업무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 오전 9시 개점을 위해 직원들이 9시 이전에 출근해야 하는 점을 반영했다는 금융노조의 설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부분의 직장들은 업무 전 사전 준비 시간이 들기 마련이다. 은행은 직원의 편익과 업무 효율성에 보탬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불일치로 인해 빚어지는 사회적 비용은 고객들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은행은 공공성을 띠고 있어 일정한 자산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규제를 받고, 도산 위기에 처했을 때는 공적 자금이 투입된 적도 있다. 은행은 국가의 라이선스와 예금자보호제도 등 공적 안전망을 기반으로 운영돼 사회적 책무도 짊어지고 있다. 구성원들의 편익 증진만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 의식으로 함께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노사가 영업 단축 대체기능 마련 등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노동권을 보장하는 대안을 찾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도 되돌아봐야 한다. 고객의 신뢰는 무너지기는 쉬워도 다시 회복하기는 어렵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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