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사상 최초의 4연패라는 값진 성취다. 선수들이 흘린 땀과 투혼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경기 뒤 일부 선수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마음 한편이 무거워졌다.한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메달과 트로피보다 병역 혜택이 더 중요했고, 사실상 그것 하나만 보고 경기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대표팀 주장은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군대 안 갑니다”라고 외쳤고, 또 다른 선수는 라커룸에서 이른바 ‘전역모’를 쓰고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병역 혜택을 바라는 개인의 절실함과 그 혜택을 공개적으로 과시하는 태도는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 논란이 커진 뒤 해당 선수들은 자신의 발언과 행동에 대해 사과하거나 해명했지만, 이번 일이 던진 문제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이 문제를 몇몇 선수의 말과 행동에만 국한해서는 안 된다. “왜 그런 말을 했는가”를 넘어, “우리 사회는 병역의무와 국가를 위한 희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더구나 이들은 대한민국 국가대표다. 국가대표는 단순히 축구를 잘하는 선수에게 붙여주는 이름이 아니다.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국제무대에 서는 사람이다. 국민이 그들의 골에 환호하고 패배를 함께 안타까워하는 것도 그들이 한 개인을 넘어 나라를 대표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태극마크는 실력의 상징인 동시에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요구하는 표식이다.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대한민국 청년들이 군복을 입고 있다. 누군가는 최전방 철책을 지키고, 누군가는 바다와 하늘을 지킨다. 학업과 직장, 자신의 꿈을 잠시 내려놓은 채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들이 군복을 입은 것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지난 9월 21일에도 서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수색로 개척작전 중 지뢰가 폭발해 군 간부 3명이 부상했다. 군 당국은 중간조사 결과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우리는 2015년 8월 4일 북한군의 목함지뢰 도발도 기억한다. 당시 수색작전을 수행하던 하재헌 하사는 양쪽 다리를 절단했고, 김정원 하사는 오른쪽 발목을 절단했다.국가대표 선수들 역시 자신의 자리에서 피나는 노력을 했고 대한민국에 값진 금메달을 안겼다. 그러나 특별한 혜택을 받은 사람이라면, 묵묵히 병역의무를 감당하는 청년들의 수고와 헌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대한민국이 뛰어난 운동선수에게 병역상 특례를 인정하는 것은 그들이 다른 청년보다 더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은 아니다. 국제무대에서 이룬 성취와 재능을 국가적 자산으로 인정하고, 그 재능을 계속 펼칠 수 있도록 병역상 특별한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군 면제’라고 부르지만 정확하게는 예술·체육요원 편입이다.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병역상 혜택을 부여하는 현행 방식이 오늘날에도 충분히 공정한지, 종목마다 다른 국제 경쟁의 규모와 난이도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병역특례의 존폐를 단순한 찬반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선수의 경력과 국제무대에서의 성취, 병역의 공정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국가대표에게 요구되는 책임과 품격 역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그러나 제도의 개선보다 먼저 회복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군 복무에 대한 존중이다. 군대는 혐오시설이 아니며 군 복무는 조롱거리가 아니다. 결국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더 근본적인 질문이다.국가대표의 ‘국가’란 무엇인가.태극마크에는 어떤 책임이 따르는가.그리고 공동체가 허용한 예외를 우리는 어떤 자세로 받아들여야 하는가.뛰어난 선수는 경기력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존경받는 국가대표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자신이 누리는 영광과 혜택 뒤에 누군가의 의무와 희생이 있음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태극마크의 진정한 무게는 금메달을 들어 올리는 순간이 아니라, 그 영광 뒤에 따르는 책임을 아는 데서 드러난다.특별한 혜택에는 감사가, 공동의 의무에는 존중이 따라야 한다. 그럴 때 병역의 공정성도 대한민국의 품격도 지켜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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