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새로운 관광 ‘공정여행’을 떠나자」(본보, 2012.11.9)라는 글을 썼다. 당시 관광정책의 주요 성과지표는 관광객 수와 경제적 파급효과였다. 그러나 필자는 관광객과 지역주민, 관광업계가 사회적·환경적·경제적 공정성을 함께 추구해야 관광이 지속가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공정여행을 “지역사회와 우리 이웃과 더불어 사는 지혜를 일러주는 여행”이라고 표현했다.14년이 지난 지금, 그 문제의식은 더욱 절실해졌다. 대중관광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지만, 일부 관광지에서는 환경 훼손과 교통 혼잡, 주민 생활공간 침해 등 오버투어리즘의 문제가 나타났다. 여기에 기후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인구감소와 지방소멸까지 겹쳤다. 이제 관광객을 많이 불러 모으는 것만으로 지역관광의 성공을 말하기 어려운 시대다.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의 『우리 공동의 미래』가 제시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국제적 흐름은 이후 관광 분야에도 확산됐다. 자연과 문화자원을 보전하면서 지역주민의 참여와 편익을 중시하는 지속가능관광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발전해왔다.오늘날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관광 레질리언스(tourism resilience)’가 주목받고 있다. 관광지역이 외부 충격을 견디고 회복하며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다. 그러나 단순히 위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위기를 통해 지역의 취약성을 발견하고 경제·사회·환경 구조를 더욱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전환적·진화적 적응까지 필요하다. 결국 관광 레질리언스는 위기를 견디는 힘을 넘어 지역의 체질을 바꾸는 힘이다.필자는 과거 관광행정 현장에서 관광정책을 수행했고, 현재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지역관광과 문화콘텐츠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현실적 과제를 다뤘다면, 지금은 ‘관광이 지역사회에 무엇을 남겨야 하는가’를 다시 묻게 된다.필자가 관광행정 현장에서 유치와 행사업무에 참여했던 2010년 충남 부여의 제2차 T.20 관광장관회의에서도 이러한 방향은 나타났다. 당시 채택된 ‘부여선언문’은 관광의 경제적 역할과 함께 공정관광을 통한 개발격차와 빈곤 감소, 녹색경제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주요 방향으로 제시했다. 당시의 공정관광과 지속가능관광이라는 화두가 오늘날 지역의 회복력 문제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이제 지역관광의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몇 명이 왔는가’를 넘어 ‘관광을 통해 지역이 얼마나 건강해졌는가’를 물어야 한다. 주민의 일자리가 늘었는가, 관광수익이 지역 안에서 순환하는가, 자연과 문화가 보전되는가, 주민이 관광의 객체가 아니라 주체로 참여하는가를 살펴야 한다.지역의 역사와 문화, 전통시장과 음식, 마을길과 숲길, 농어촌 체험과 주민의 삶을 하나의 여행으로 연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진만 찍고 떠나는 관광이 아니라 걷고, 먹고, 머물며 지역 사람을 만나는 관광으로 바뀌어야 한다.관광정책의 성적표 역시 ‘얼마나 많이 왔는가’에서 ‘지역에 무엇을 남겼는가’로 전환해야 한다.방문객 수와 소비액뿐 아니라 체류시간, 지역 내 소득순환, 주민 참여와 환경보전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14년 전 필자는 공정여행을 ‘더불어 사는 지혜를 배우는 여행’이라고 썼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공정여행이 여행자와 관광산업의 책임을 강조했다면, 오늘의 관광은 지역 스스로 위기를 견디고 변화할 힘까지 키워야 한다.숫자의 관광에서 사람과 지역을 살리는 관광으로. 14년 전 공정여행에서 시작한 질문이 이제 ‘관광 레질리언스’, 곧 지역의 새로운 회복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것이 지방소멸의 시대, 관광이 지역에 해야 할 새로운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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