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2대 교주 해월 최시형(1827~1898)의 삶과 사상 등 동학의 가르침을 전통 회화 언어인 수묵화로 풀어낸 전시가 포항에서 열린다. 해월이 걸었던 길과 민중 속에서 실천한 동학 정신을 붓과 먹으로 되짚으며 19세기 민중 사상이 오늘날 우리 삶에 던지는 의미를 살펴보는 자리다.사단법인 일월문화원(원장 김혜경)은 오는 23일부터 11월 4일까지 포항시산림조합 숲마을 대강당에서 이형수 화백의 초대전 ‘수묵으로 읽는 동학-보따리 할배 해월 최시형 이야기’를 개최한다. 개막식은 23일 오후 4시.
이번 전시에 해월 최시형의 생애를 25점의 수묵화로 구성해 동학의 뿌리와 사상적 계승 과정을 조명한다. 경주 황오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제지소 노동자와 농부로 살아간 해월이 동학에 입도한 뒤 수운 최제우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동학을 민중의 삶 속에 뿌리내리기까지의 여정을 담았다.특히 ‘도통을 전수받는 해월’, ‘사람은 평등하다’, ‘사인여천’, ‘동경대전 간행’, ‘죽음 직전 떡을 나누시다’ 등 주요 작품은 해월의 생애에서 드러난 인간 존중과 평등, 생명 사상을 보여준다. 관군의 추적을 피해 오랜 세월 잠행하면서도 민중과 함께하고 옥에서도 동료 죄수들에게 떡을 나누도록 했다는 일화 등을 통해 위대한 사상가 이전에 평범한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한 인간 해월을 부각한다.
이번 전시는 역사적 인물의 생애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해월 사상의 핵심인 ‘사인여천(事人如天·사람 섬기기를 하늘같이 하라)’과 ‘이천식천(以天食天·하늘이 하늘을 먹는다)’을 오늘의 시선으로 되새긴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사람과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모든 존재의 상호 의존을 이해하는 동학의 가르침을 수묵이라는 전통 회화 언어로 풀어냈다. 이 화백은 작가 노트에서 “해월을 그린 검은 선에 ‘인간의 선’이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며 “사인여천의 가르침과 맞닿은 인간의 고귀한 생명력을 검은 먹선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오랫동안 지역의 인물과 노동하는 사람들의 삶을 수묵으로 그려온 이 화백은 해월을 영웅화하기보다 민중의 삶 속에서 사상을 실천한 인간으로 바라본다. 시장에서 생선을 손질하는 사람과 농사를 짓던 해월의 삶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일상의 노동과 생명 속에서 동학의 정신을 발견한다.
김혜경 일월문화원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포항이 지닌 인문학적 유산인 일월 신화와 해월의 정신을 함께 되새기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자연의 빛을 상징하는 일월 신화와 인간 존중의 가르침을 전한 해월의 사상을 연결해 포항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새롭게 조명한다”는 취지를 밝혔다.해월은 동학의 창시자 수운 최제우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탄압 속에서도 교단을 재건하고 경전을 간행하며 동학을 확산시켰다. 그의 사상은 갑오동학농민혁명의 정신적 토대가 됐으며,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강조한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생명과 공존의 문제를 돌아보게 한다.이번 전시는 지역의 역사적 인물을 예술로 재조명하는 동시에, 동학을 과거의 사상이나 종교적 유산에 머물게 하지 않고 해월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붓과 먹으로 되살려 현재의 삶과 연결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지관 이형수 작가는 16세 때 김은호 화백과 인연을 맺으며 그림을 시작했다. 전통 민화와 고향의 풍경, 죽도시장 사람들의 삶을 수묵으로 담아왔으며 2007년 이후 아홉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최근에는 지역의 동학 이야기와 해월 최시형의 삶을 수묵으로 풀어내며 전통과 인문 정신을 계승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