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 주 일 사이로 경주를 방문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경주는 단순한 관광도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 정신과 예술, 과학과 기술, 외교와 통일의 경험이 축적된 민족의 위대한 자산입니다.신라는 기원전 57년부터 서기 935년까지 약 992년 동안 존속했습니다. 경주는 그 오랜 세월 신라의 수도였습니다. 특히 신라는 삼국통일을 주도했고, 통일 이후 경주는 동아시아의 국제적인 문화도시로 번영했습니다. 천년 가까이 한 왕조의 수도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세계사적으로 주목할 만합니다. 로마, 교토, 시안, 이스탐풀 등과 견주는 천년 도시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위대한 도시를 제대로 가꾸고 홍보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불국사와 석굴암을 관람하고, 첨성대와 대릉원을 둘러보고, 황리단길에서 식사하고 돌아오는 관광도 중요합니다.그러나 경주의 가치는 그것보다 훨씬 크고 깊다는 생각입니다. 경주는 대한민국의 과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입니다. 특히 2025년 경주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는 경주의 가능성을 세계에 다시 알린 역사적인 계기였습니다. 세계 주요국 정상들과 경제인들이 경주에 모였습니다. 대한민국의 산업과 기술뿐 아니라 천년 고도의 역사와 문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모습을 세계에 보여주었습니다.APEC은 일회성 국제행사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정상회의 개최 경험과 국제적 인지도, 회의시설과 관광 기반을 활용해 경주를 세계적인 국제회의·문화외교·역사관광 도시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세계 정상들이 방문했던 도시라는 상징성을 세계인이 지속적으로 찾아오는 도시 경쟁력으로 바꾸어야 합니다.특히 일본 교토를 떠올렸습니다. 교토 역시 천년 넘게 일본의 수도였던 역사도시입니다. 일본은 교토의 사찰과 정원, 전통거리와 건축, 공예와 음식, 축제와 생활문화를 세계적인 관광자산으로 발전시켰습니다. 교토의 강점은 문화유산을 단순히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시 전체의 정체성과 품격으로 연결했다는 점입니다.경주도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경주에는 교토와 차별화되는 독특한 역사적 자산이 있습니다. 삼국통일을 주도한 국가의 수도였다는 역사, 화랑정신, 찬란한 불교예술, 뛰어난 과학기술, 국제교류와 해상교역의 전통이 있습니다. 교토를 연구하고 배우되 경주만의 역사와 문화로 세계와 경쟁해야 합니다. 나아가 한일 양국의 대표적인 역사문화도시인 경주와 교토가 문화유산 보존, 전통예술, 청소년 교류, 국제관광 분야에서 협력하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경주는 한일 문화교류를 넘어 동아시아 역사문화 협력의 중심지가 될 수 있습니다.경주의 위대함은 문화유산 하나하나를 살펴볼 때 더욱 분명해집니다. 원화와 화랑정신에는 나라를 위한 헌신과 공동체의 책임, 용기와 절제, 인재 양성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귀족 자제들이 앞장서 전쟁터로 나가는 노블리스 오블리쥬의 대표사례입니다. 신라의 사상에는 화쟁과 통합의 지혜가 있습니다. 최치원의 학문과 문장에는 세계를 향한 개방성과 지적 도전정신이 있습니다. 선덕여왕의 통치에는 시대를 앞서간 여성 지도자의 리더십과 국가 발전의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김춘추의 외교와 김유신의 군사적 역량에는 국제정세를 읽고 국가의 운명을 개척한 전략적 지혜가 있습니다. 
 
불국사와 석굴암에는 세계적인 건축과 조각, 종교예술의 정수가 담겨 있습니다. 첨성대에는 천문과 자연현상을 탐구했던 선조들의 지적 유산이 남아 있습니다. 황룡사와 분황사에는 고대 국가의 웅대한 이상과 불교문화의 발전상이 담겨 있습니다. 동궁과 월지에는 왕궁의 품격과 정원문화가 살아 있습니다. 신라 금관과 금속공예, 토기와 유리제품에는 뛰어난 장인정신과 국제교류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특히 성덕대왕신종, 이른바 에밀레종을 보면서 신라인들의 위대함에 다시 한번 감탄했습니다. 8세기에 제작된 이 거대한 종은 당시의 뛰어난 금속 주조기술과 조형예술, 종교적 신앙과 음악적 감각이 결합된 걸작입니다. 정교한 문양과 아름다운 비천상, 균형 잡힌 형태와 깊고 장엄한 울림은 놀랍습니다. 세계적인 고대 금속공예와 음향문화의 유산으로 자랑할 만합니다. 에밀레종이라는 이름에는 전설이 깃들어 있지만, 그 위대함은 전설보다 실제 유물의 예술성과 기술력에 있습니다.이런 문화유산을 단순히 박물관에 전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신라의 과학과 기술, 음악과 예술을 세계인이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신라의 음악문화도 새롭게 조명해야 합니다. 신라에는 향가가 있었고, 노래와 춤, 악기 연주가 어우러진 풍부한 예술문화가 있었습니다. 화랑과 관련된 향가의 전통도 전해집니다. 오늘 날 K팦의 원조는 화랑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향가는 당시 사람들의 정신세계와 감정, 공동체 의식을 담아낸 소중한 문학적·음악적 유산입니다. 신라의 음악이 오늘날 K팝으로 직접 이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그러나 우리 민족이 오래전부터 노래와 춤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공동체를 결속시켜 온 문화적 전통을 생각하면, 신라의 향가와 음악문화는 오늘날 K팝의 먼 문화적 뿌리 가운데 하나로 조명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화랑의 노래와 향가에서 오늘날 세계를 열광시키는 K팝까지, 한국인의 음악적 창조성과 예술혼을 하나의 거대한 문화사로 연결해 볼 수 있습니다. 
 
경주에 세계적인 신라 음악문화관을 만들고, 향가와 전통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국제음악축제를 개최하면 어떻겠습니까? 신라의 음악과 무용, 복식과 전통예술을 K팝과 현대 공연예술에 접목한다면 경주만의 독창적인 문화 콘텐츠가 탄생할 것입니다. 에밀레종의 장엄한 울림을 주제로 한 세계적인 음악제도 구상할 수 있습니다.경주는 단순히 오래된 유적이 많은 도시가 아닙니다. 정치와 외교, 국방과 교육, 과학과 기술, 종교와 철학, 건축과 예술, 음악과 문학이 한곳에 축적된 살아 있는 문명사 박물관입니다. 이런 도시를 단순한 지방 관광지로만 관리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너무나 아까운 일입니다.이제 경주의 미래를 위해 국가 차원의 대전환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경주를 대한민국의 역사문화 수도로 국가 전략상 격상해야 합니다. 서울이 정치와 경제의 중심이고 세종이 행정의 중심이라면, 경주는 대한민국 역사문화의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명칭만 붙이자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 차원의 특별한 육성계획을 수립하고 장기적인 재정투자와 제도적 지원체계를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경주를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특별법이 김석기 의원 주도로 제정되어 있습니다. 문화유산 보존과 도시 발전, 관광산업 육성에 필요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책임지는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해야 합니다.신라 건국에서 삼국통일, 통일신라의 번영과 쇠퇴에 이르는 천년 역사를 세계인이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경주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역사문화 교육장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박물관과 연구기관, 역사문화 교육기관을 경주에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세계의 역사학자, 고고학자, 건축가, 예술가, 문화유산 보존 전문가들이 경주에 모이도록 해야 합니다. 세계 청소년들이 경주에서 화랑정신과 한국의 역사, 동아시아 문명을 배우는 국제교육 프로그램도 만들 수 있습니다. 스위스 다보스 포럼처럼 세계적인 역사문화 학술회의와 국제청년포럼, 문명교류회의를 정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경주는 지금처럼 몇 곳의 유적지를 둘러보고 떠나는 관광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세계인이 3일, 5일, 일주일씩 머물며 경주의 역사와 문화, 자연과 생활을 즐기도록 해야 합니다. 세계적 수준의 명품 호텔과 전통 숙박시설, 국제회의장, 공연장, 미술관, 고급 식당과 문화공간이 필요합니다. 한옥과 전통건축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인 도시환경과 조화시켜야 합니다.경주만의 세계적인 축제와 공연, 문화산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신라 천년의 역사를 소재로 한 세계적인 야외 역사공연을 만들 수 있습니다. 화랑을 주제로 한 국제청소년 문화축제, 신라 왕실문화 축제, 세계 불교문화예술제, 고대문명 국제축제도 구상할 수 있습니다. 신라의 복식과 음악, 무용과 음식, 공예와 건축을 현대적인 문화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과 디지털 콘텐츠의 세계적인 소재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신라 천년의 이야기가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K-컬처의 새로운 원천이 되어야 합니다.세계인이 편리하게 찾아오는 국제관광도시가 되어야 합니다. 경주 관광의 경제적 성과가 시민의 소득과 청년 일자리로 이어져야 합니다. 호텔과 식당, 문화예술과 공연, 관광서비스와 디지털 콘텐츠, 전통공예와 지역 특산품 산업을 함께 육성해야 합니다. 지역 대학과 연계해 문화유산 보존, 관광경영, 국제회의, 콘텐츠 제작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합니다.이탈리아 로마, 그리스 아테네, 일본 교토, 중국 시안, 프랑스 파리는 역사문화 자산을 국가의 위상과 관광산업, 도시 경쟁력으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경주도 충분히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잠재력이 있습니다. 물론 도시의 규모와 역사적 조건은 서로 다릅니다. 그러나 역사적 깊이와 문화유산의 독창성, 천년 수도라는 상징성에서 경주는 결코 가볍게 평가할 도시가 아닙니다.이를 위해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정부가 책임지는 경주 세계역사문화도시 국가 프로젝트를 제안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 국토교통부,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함께 참여하는 범정부 추진체계를 구성해야 합니다. 역사학자와 문화예술인, 도시계획 전문가, 관광산업 전문가, 기업인과 시민이 함께 경주의 미래 100년을 설계해야 합니다. 5년 단위 사업이나 단체장 임기에 따라 바뀌는 개발계획이 아니라 20년, 30년을 내다보는 국가적 마스터플랜이 필요합니다.경주가 대한민국의 국가적 자부심을 회복하는 상징적인 도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화랑의 나라 사랑과 책임정신, 원효의 화쟁과 통합정신, 김춘추의 외교적 지혜, 김유신의 국가적 결단, 선덕여왕의 통찰력, 신라인들의 과학기술과 예술혼을 오늘의 대한민국이 다시 배웠으면 합니다. 경주의 위대함은 천년 동안 수도였다는 사실에만 있지 않습니다. 그 긴 세월 동안 축적한 문명과 정신이 오늘날까지 살아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까지 세계적인 국가 경쟁력으로 발전시켜야 할 때입니다. 경주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경주를 경주에만 맡겨두지 맙시다. 경주를 경북에만 맡겨두지 맙시다. 대한민국이 책임지고, 세계인이 찾아오고, 인류가 함께 감탄하는 천년 고도로 가꿉시다. 화랑의 정신에서 향가의 노래로, 에밀레종의 울림에서 오늘날 K팝의 열광으로, 천년 신라의 문화적 유산을 세계적인 미래 문화산업으로 발전시킵시다. 이것은 단순한 관광개발이 아닙니다. 우리의 역사에 대한 존중이고, 문화국가 대한민국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며, 후손들에게 물려줄 위대한 국가유산을 만드는 일입니다. 경주는 대한민국의 자존심입니다. 세계적인 명품 역사문화도시로 키워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