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도가 뿌리내리면서 많은 기초단체에서 지역 축제를 만들었지만 외면받기 일쑤였다. 진부한 전시성 행사란 선입견이 생겼고 일부는 예산 낭비 사례로도 지목됐다. 얼마 전 세 번째 행사를 성황리에 마친 김천 김밥축제는 그래서 돋보인다. 김밥축제는 탄생부터가 역발상의 산물이다. 김천시의 젊은 층 인지도 조사 과정에서 '김천 하면 떠오르는 것'으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의외로 '김밥천국'이었다. 그래서 김천시는 진짜 '김밥의 천국'을 만들기로 했다. 2024년 제1회 김천 김밥축제는 그렇게 시작됐다. 당연히 여러 문제가 터졌다. 첫날 낮부터 재료가 떨어져 화난 방문객들로부터 "김밥지옥", "김밥 없는 김밥 축제" 등 비난과 조롱이 쏟아졌다. 이에 김천시는 실책과 혼란을 숨기지 않고 모두 인정한 뒤 문제점을 보완해 이듬해 두 번째 행사를 열었다. 제2회 축제에선 판매 부스를 4배 늘리고 고속 생산 기계를 갖춘 '김밥 공장'도 설치했으나 이때에도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인파가 들이닥쳤다. 하지만 김천시는 김밥 공장을 최대치로 가동하는 등 잘 대처해 김밥을 못 먹고 돌아가는 사례는 사라졌다.올해 3회 축제는 어땠을까. 김천시는 드러난 약점을 더 보완해 행사 기간을 사흘로, 행사장도 세 곳으로 늘렸다. 셔틀버스도 10대 증차하고 수요응답형(DRT) 전용 택시도 도입했다. 판매 부스를 포함한 참여 업체도 전년보다 약 70% 이상 많아졌다. 예상 방문 인원을 무려 15만명으로 넉넉히 잡은 데 따른 조치다. 그랬는데도 또 예상치를 넘는 17만 명이 전국에서 모였다. 하지만 기간을 하루 늘려 인파를 분산하고 대기 시간도 줄이자 이번엔 큰 차질이 없었다. 역발상, 수요자 마인드, 투명하고 신속한 민원 대처, 철저한 복기와 보완이 만든 소도시 김밥축제의 성공 사례는 다른 지자체는 물론 중앙 부처들도 배울 게 많다. 무관한 소재로 지역 경제를 살릴 행사를 만들고, 이를 성공적으로 지속하는 건 쉽지 않아서다. 심지어 지역 이미지를 실추하는 밈을 수익성 사업으로 탈바꿈시킨 건 후한 평가를 줄 만하다. 무엇보다도 지자체 특유의 '특산물 집착'과 엄숙한 공직사회 분위기에서 탈피해 젊은 층의 'B급 감성'을 과감히 수용한 건 지금 돌아봐도 놀랍다. '김밥 축제'를 택한 김천의 결단은 현재 순항 중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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