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경북도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시행한 학력실태조사(일제고사)에 대해 문제수준이 너무 떨어지고 교육적인 의미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현장의 목소리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일방적인 행정편의주의로 강행하며 교육과정도 지키지 않는 비교육적인 독단행정의 본보기라는 비판이 터졌다. 경북교육청은 전반기, 후반기 각 1회씩 관내 전 초등생 3~6학년을 대상으로 자체 학력실태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초중고 특정학년에 시행되는 일제고사 1번을 포함 경북에는 3번이 치러진다. 전교조 경북지부는 29일 이 같은 내용의 논평을 내고 "아이들도 갸우뚱하는 문제,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평가인가"라고 꼬집었다. 전교조는 논평에서 평가는 사고력이나 문제해결력을 요구하는 문제는 거의 출제되지 않고 단순 뜻만 묻는 단답형 문제가 많이 출제됐다고 밝혔다. 이는 암기와 단순반복적인 문제풀이 보충수업을 한 학생들이 성과를 거두는 것으로 교육적인 의미를 찾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특히 교육과정에서 ‘교육목표의 달성’과 ‘선다형 지필검사를 지양, 서술형 주관평가와 표현 및 태도의 관찰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평가의 본래 목표도 완전히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또 이 과정에서 도교육청은 학생들의 발달단계를 무시하며 초등학교 3학년부터 OMR답안작성을 강행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실제 평가 당일 초교 3학년 담임선생님들이 OMR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의 정답 표기를 도와주느라 정작 시험 감독과 시험내용에 대한 관심을 갖기 어렵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수학과의 도형에서는 삼각자와 각도기를 가지고 도형의 합동과 삼각형을 그려 보는 조작활동이어야 했지만 OMR 일제고사로 그리는 순서를 묻는 문제가 됐고 연산에서도 전학년에 계산과정이나 식을 쓰도록 된 곳이 한곳도 없어 단순 지식과 결과만을 물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시험지도 컬러 인쇄가 필요 없는 영어과는 종이질이 좋고 컬러로 인쇄된 반면 정작 컬러 인쇄가 필요한 국어, 사회, 과학은 흑백으로 인쇄돼 삽화도 알아 볼 수 없었다고도 강조했다. 실례로 과학과에서 3학년 과학 12번의 경우 나침반의 극이나 5학년 과학 23번의 경우 봉숭아의 물의 이동 실험에서 붉은 색으로 나타나야 할 부분이 검정색으로 나타났다. 전교조는 이에 대해 아이들에게 역시 영어는 특별하다는 반응을 낳아 특정한 과목만 중요하다는 그릇된 관념을 무의식중에 심어줄 수 있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는 제시된 삽화 가운데 초등학교 실험과정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결과와 전혀 다른 중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삽화가 제시되는 등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인터넷 사이트나 학습지 삽화를 그대로 옮겨 싣는 몰지각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6학년 사회과는 역사결손으로 보충교재 지급에 따라 역사 32시간, 일반사회/지리 19시간으로 교육과정이 재구성됐지만 이번 출제에선 30문항 중 역사는 5문항으로 수업시수에 대한 기본 이해조차 없이 출제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5문항도 역사적 상상력이나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가 아닌 단순 암기, 지식만을 묻는 문항으로 ‘열심히 공부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교사들의 반응까지 나왔다고 전교조는 밝혔다. 이 밖에 도교육청은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아이들이 긍정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발문에 긍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권장함에도 부정적인 질문으로 ‘아닌 것’, ‘틀린 것’을 묻는 문제가 다수 이었고 특히 3학년 사회는 선다형의 경우 39%(23개중 9개)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또 영어과는 듣기 평가자료 음원이 탁하고 분명하지 않았으며 검인정 교과서로 처음 치르는 실태조사라 교과서별로 단원의 차이가 나 학교마다 평가대비로 큰 혼란이 일어나며 한 교사는 ‘평가를 위한 진도 나가기 수업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경북교육청은 일제고사로 현장의 병폐와 문제점이 많이 나타나는데도 교육과정도 지키지 않고 행정편의주의와 독단으로 고사를 강행하고 있다”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교육과정 지원을 강화해 공교육 정상화에 앞장설 것”을 촉구했다. 한편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경력이 많은 출제의원들이 학업과정 목표에 맞춰 장기간 준비한 것으로 주장처럼 임기응변으로 한 게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전교조가 제기한 점을 검토하고 분석해 다음 평가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김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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