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치킨게임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삼성전자가 차세대 저장장치인 SSD(Solid State Drive) 시장에서 또 한 번 파상공세를 준비 중이다. 모바일 D램과 함께 포스트 PC 시대에도 메모리 반도체 독주체제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 사장은 7일 "삼성전자는 SSD 공급을 더욱 늘려 대응할 것"이라며 "태블릿PC의 성장으로 PC진영이 울트라북 등 초경량·초슬림 노트북에 집중하고 있어 SSD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분야에서 뛰어난 품질경쟁력으로 OEM향 SSD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소비자향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벌어진다면 브랜드 SSD 판매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특히 SSD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가격을 낮추더라도 '박리다매' 전략을 통해 얼마든지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있는 셈이다. 경쟁업체들이 도전해 온다면 '정면 승부'를 펼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최근 미국 OCZ가 128GB SSD 제품의 가격을 15만원대까지 인하해 일명 '통큰 SSD'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도 SSD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태국 홍수사태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품귀현상이 빚어지자 삼성전자는 대체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SSD 제품 가격을 내렸다. 그 결과 128기가바이트(GB) 용량인 '830 시리즈'는 지난해 말 30만원대에서 20만원대로 하락했고 이달 들어 21만원대까지 떨어졌다. 3개월 만에 30% 이상 하락한 셈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삼성전자는 조만간 10만원대 제품을 대규모로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삼성 임직원몰에서는 830시리즈 제품이 18만원대에서 판매 중이다. 시중에서도 조만간 현재가보다 2만원 정도 내려 20만원 아래에서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근에 가격을 많이 내렸음에도 타 제품들이 치고 올라오자 가격을 더 내리기 위해 이번주부터 물량을 대폭 푼다고 들었다"며 "파괴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급형 저가 제품과의 가격 차이가 3만~5만원 내외로 좁혀지면서 속도나 안정성 면에서 훨씬 뛰어난 삼성전자 SSD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SSD는 읽기/쓰기 속도와 저장 용량의 효율성이 뛰어난 최고급 사양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HDD에 비해 가격이 비싼 SSD를 채용하는 노트북은 프리미엄급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다소 값이 비싸더라도 삼성전자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보급형 제품을 별도로 선보이면서 더욱 공세적으로 가격을 낮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인텔이나 하이닉스, 도시바, 마이크론 등 다른 업체들도 경쟁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PC 시대가 만개하면서 D램 반도체 시장에서 벌어졌던 가격 경쟁이 포스트 PC 시대에 재현되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행보는 'SSD 시대'를 앞당기고 일찌감치 독주체제를 굳히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HDD사업부를 이미 매각한 상태여서 SSD가 HDD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올해 SSD 공급을 지난해(약 700만대)보다 2배 이상인 1800만~1900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공급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전동수 사장은 전날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정기총회에서 "다음달에 나올 애플 태블릿PC가 PC와 노트북 시장을 얼마나 교란시킬지, 또 PC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어떤 방어책을 내놓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모바일D램과 플래시를 모두 가진 삼성전자의 장점을 앞세워 신바람을 내겠다"고 강조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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