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참치업체들의 '지속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는 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밝혔다. 그린피스가 지난 8월 한국 3대 참치 통조림 제조업체에 배포한 설문 응답에 기초한 이번 조사에서 사조와 오뚜기는 '오렌지' 등급, 동원은 '레드' 등급 등에 속했다. 오렌지 등급은 현재 지속가능성은 낮지만 향상의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최하위 등급인 레드는 지속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이야기다.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성이 높다'는 그린 등급을 받은 한국 브랜드는 없었다. 사조와 오뚜기는 같은 등급이지만 점수표상 사조의 점수가 더 높아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설문지는 지속가능성, 이력추적 가능성, 합법성, 형평성, 투명성, 원료 구매정책 등을 평가하는 문항 등으로 구성됐다. 사조의 경우 태평양 현지 어선과 통조림 업체로부터 참치를 공급받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집어장치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점수가 깎였다. 오뚜기는 이력추적 가능성을 위해 주공급처인 신라교역과 긴밀히 협조한다는 점이 후한 점수를 받았지만 지속가능성을 위한 공개정책이 없어 단점으로 지적됐다. 동원의 경우 그린피스 설문에 응답하지 않았고 제품의 지속가능성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이 없다는 이유로 가장 낮은 평가표를 받았다. 이번 순위조사를 이끈 주완빈(Chow Yuen Ping)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선임 해양캠페이너는 "한국 참치 통조림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동원은 해외 참치업체에 비해 지속가능성 분야에서 뒤쳐지고 있다"며 "동원이 참치 통조림을 만드는 데 있어 발생하는 해양파괴를 소비자들이 이해한다면 구매를 재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이번 순위를 바탕으로 한국의 참치 통조림 업체들이 어업방식을 개선하고 집어장치(FADs·Fish Aggregation Devices)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집어장치는 참치를 유인하기 위해 물에 띄워 놓는 부유성 물체다. 원양어선들은 집어장치를 띄워 참치를 비롯한 해양생물들이 몰려들면 선망(旋網)을 이용해 수산물을 한꺼번에 잡는 형식으로 조업한다. 이들은 "한국 업체들이 집어장치를 사용하는 비율은 30% 정도로 외국 업체의 70%보다 낮다"면서도 "한국 업체들은 집어장치를 사용하지 않고도 참치떼를 잘 찾기 때문에 집어장치의 사용비율을 더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집어장치 사용비율이 낮으니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지속가능성 평가는 집어장치 사용비율로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멸종위기종 포획 여부나 불법조업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고 선을 그었다. 또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사례를 들어 이번 평가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영국의 경우 참치업체에 대한 지속가능성 평가를 통해 시장의 판도가 변했고 캐나다와 호주에서는 집어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잡은 '패드프리(FAD Free)' 참치 등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그린피스는 "한국에서도 참치 통조림 업체들의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한다"며 "이번 조사의 취지는 수산물을 아예 잡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라 적당한 선으로 잡아 건강한 해양생태계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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