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화장품을 파는 판매업자들이 국내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립스틱의 경우 국내 소비자가격이 수입원가에 약 8배에 달했다.
또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화장품의 평균 가격은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호주, 일본 등보다 비쌌고 호주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았다.
서울YWCA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10개의 수입화장품 브랜드의 에센스, 아이크림, 컴팩트 파운데이션, 립스틱 등 4개 품목을 국내외 가격차, 유통채널별 가격, 수입가격 대비 소비자가격 수준 등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조사대상 브랜드는 에스티로더, 키엘, 랑콤, 크리스찬디올, 크리니크, 시슬리, 샤넬, 맥, 비오템, SK2 등이다.
YWCA는 수입화장품의 PPP(구매력평가)환율로 환산한 결과, 우리나라의 소비자가격이 미국, 일본 등 8개국 가운데 가장 비싸다고 밝혔다. PPP환율은 각 나라의 물가수준으로 고려해 어느 통화를 사용하더라도 같은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구매력을 동일하게 조정한 환율을 말한다.
우리나라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수입화장품 가격(PPP환율 기준)을 100으로 봤을 때 일본 70.9, 이탈리아 60.8, 독일 65.9, 미국 63.7, 영국 58.8, 프랑스 58.5, 호주 46.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YWCA는 "한국이 일본의 1.41배, 호주의 2.16배 등으로 조사됐다"며 "이는 시장 전체적인 물가수준을 고려했을 때 한국시장에서 수입화장품 가격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에스티로더, 키엘, 크리니크, 맥 등 미국이 원산지인 제품의 경우 국내 백화점 가격이 미국보다 최대 2.31배 비쌌다. 크리니크의 '더마 화이트 브라이트C 파우더(컴팩트 파운데이션)'는 미국에서 2만4701원에 판매되나 국내에서는 5만7000원에 팔려 차이가 2.31배에 달했다.
YWCA 관계자는 "유통비용이나 수입관세 수준 등을 고려해도 수입업체나 유통업체가 가격을 과도하게 높게 책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인터넷쇼핑몰과 면세점도 백화점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인터넷쇼핑몰 판매가격을 100으로 보면 이탈리아 70.3, 프랑스 64.7, 독일 62.1, 영국 61.7, 미국 53.2, 호주 42, 일본 40.6 등의 순서였다. 면세점의 경우 우리나라 100, 이탈리아 78, 프랑스 74, 영국 57 등이다.
YWCA 측은 수입화장품의 원가가 공개되지 않아 소비자에게 충분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YWCA 관계자는 "수입화장품의 경우 대부분 외국 본사와 국내 독점판매 계약을 체결한 한국 내 지사나 수입업체 등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 형태로 운영돼 경영자료를 공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수입원가 측정을 위해 각 업체와 협회에 자료를 요청했으나 영업비밀에 해당된다며 공개를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YWCA 측은 비교적 수입원가 추정이 쉬운 립스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립스틱의 소비자가격은 수입원가의 최대 7.9배에 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YWCA 측이 소비자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2.7%가 비싸다고 답했고 비싼 이유는 마케팅 비용 과다(49.8%), 프리미엄 마케팅(22.2%) 등으로 꼽았다.
YWCA 관계자는 "수입사들이 소비자들의 요구를 감안해 보다 합리적인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소비자들은 가격대비 품질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 합리적으로 제품을 구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