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총수 일가는 막강한 경영권한을 누리면서도 정작 법적 책임이 뒤따르는 이사 등재는 하지않는 ‘꼼수’를 여전히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일가가 몇줌 안되는 지분으로 그룹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이른바 '황제경영'에 대한 내부 감시장치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사회에 올려진 안건 가운데 사외이사 반대로 부결된 안건은 0.63%에 불과했다. 사외이사가 오너의 독단경영을 차단하는 제동장치 역활은 커녕 아직도 거수기 내지 나팔수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46개 대기업그룹 공시자료등을 분석해 발표한 '대기업집단 지배구조현황 정보공개'에 따르면 오너가 있는 국내 그룹 계열사의 전체 이사 5844명 가운데 총수 일가의 비중은 9.2%로 지난해보다 0.7%p 상승했다. 하지만 이는 눈가림 내지 착시현상일 뿐이다. 이는 새로 조사대상에 포함된 대성, 태광, 유진그룹의 총수일가 이사등재율이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으로, 이들 3곳을 뺀 나머지 기존 그룹들의 비율은 1년전보다 오히려 0.3%p 낮아졌다. 총수일가가 단 1명이라도 이사이름을 단 회사는 27.2%에 불과했다. 즉 '로열패밀리'가 당당하게 법적책임을 지는 업체가 4곳중 한곳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또한 총수 본인이 이사명단에 이름을 올린 곳은 2.7%로 1년전보다 0.2% 줄어들었다. 문어발식 확장으로 계열사를 부풀리면서도 정작 본인이 이사를 맡는 것은 손사레를 쳤기 때문이다. 업체별로는 삼성과 LG, 미래에셋의 총수일사 이사등재 성적표가 초라했다. 삼성은 전체이사 354명 가운데 총수일가는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단 1명만 이름표를 제출하면서 이사등재율이 0.28%에 그쳤다. 미래에셋도 78명 이사진 가운데 ‘로열패밀리’는 1명만 포함돼 1.28%, LG도 270명중 총수일가는 4명으로 1.48%에 머물렸다. 동부와 현대중공업도 총수 일가 이자등재 비율이 각각 1.91%와 2.73%에 불과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과 현대중공업, 두산, LS, 신세계, 대림, 미래에셋, 태광등 8개 그룹은 ‘왕 회장’ 즉 총수본인이 계열사 이사로 아예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그룹회장으로 전권을 휘두르면서도 자기 신분은 치외법권속에 두는 얌체 경영의 표본이라는 지적이다. 사외이사제 또한 문제다. 대주주 특히 총수일가의 ‘못된 짓’을 감시할 목적으로 도입된 사외이사는 법적 요건 충족에만 급급할 뿐 여전히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계열 238개사의 이사회 상정안건 5692건 가운데 사외이사가 반대해 부결된 안건은 36건으로 0.63%에 불과했고 나머지 99.37%인 5656건은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또한 현대차, 포스코, 현대중공업등 22개 그룹은 법에 정한 사외이사 최소비율(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과반수)만 면피용으로 간신히 지키고 있었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48.5%)이나 사외이사의 이사회 출석률(90.6%)은 작년보다 약간 뛰었지만 총수 있는 그룹은 평균치보다 그 수치가 낮았다. 이밖에도 대기업들은 △경영진 보수를 매기는 '보상위원회'(15.1%) △내부거래를 감시하는 '내부거래위원회'(13.4%)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는 집중 투표제(5.9%), 서면투표제(10.1%) 등 현행법상 근거는 있지만 지켜야 할 의무는 없는 제도들은 외면하고 있었다. 특히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업체는 지난해에 이어 단 한곳도 없었다. 공정위는 "총수일가의 전횡을 견제하고 사외이사 역할을 감시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펼쳐 가겠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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