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그룹차원에서 전방위적으로 ‘자릿세’를 깎아주는 수법으로 회장님 딸의 ‘럭셔리 빵집’ 계열사를 밀어주다 40억이 넘는 과징금 폭탄을 두들겨맞았다.
이버지 회사의 전국 유통망과 돈줄을 믿고 땅짚고 헤엄치기식으로 골목상권을 갉아먹는 재벌 2세들의 '꼼수' 영업관행에 쐐기를 박은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4일 신세계SVN과 조선호텔의 판매수수료를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부당하게 낮춰준 혐의로 신세계와 이마트, 에브리데이리테일등 신세계 주력 계열사들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모두 40억 6100만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신세계 23억4200만원, 이마트 16억9200만원, 에브리데이리테일 2700만원이다.
공정위가 총수일가가 대다수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에 대해 칼을 빼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세계SVN은 그룹총수인 이명희 회장의 딸인 정유경 부사장이 40% 지분을 갖고 있다.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정 부사장은 2009년부터 신세계백화점에 '달로와요'라는 베이커리 매장과 이탈리아 푸드점인 ‘베끼아에 누보’를 상륙시켰다.
또한 이마트 점포에는 골목 피자상권 침해논란을 빚었던 '이마트 피자'로 잘 알려진 '데이앤데이' 매장을 우후죽순처럼 깔았다.
하지만 초기부터 사업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자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경영지원실은 총대를 메고 ‘회장님 딸 구하기’ 작전에 나섰다. 오빠인 정용진 부회장이 든든한 후원자로 '뒷배'를 봐주었기에 가능했다.
우선 자체 유통업체들을 쥐고 있는 ㈜신세계와 이마트등을 통해 정 부사장의 회사인 신세계SVN이 내고 있는 판매수수료율을 하향조정하도록 압박을 가했다.
판매수수료란 유통업체 매장에서 정사를 하는 대가로 입점업체가 납부하는 일종의 자릿세이다.
구체적으로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신세계SVN의 ‘베끼아에 누보’매장은 25.4%에서 15%로, 이마트에 더부살이를 하고 있는 ‘럭셔리 빵집’인 ‘데이앤데이’는 23%에서 20.5%로 줄여주기로 했다.
또한 같은 이마트에 셋방살이를 하고 있는 ‘슈퍼프라임 피자’ 매장의 판매수수료율도 5%에서 1%로 뚝 낮춰주었다.
이같은 수법으로 신세계 그룹이 회장님 딸의 계열사에 부당지원한 금액은 62억1700만원에 이른다.
자체 유통업체에 입점한 다른 매장들의 수수료는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총수 일가의 수수료는 반대로 낮춰주는 것은 짜고치는 고스톱식의 명백한 특혜라는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화두로 내세운 정부는 그간 재벌 2세들의 제빵이나 피자사업 진출이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중단해 줄 것을 주문해 왔다.
올해 초 이 사안이 여론의 수면위로 부상하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 블리스 대표 등 일부 재벌 2세들은 빵집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한바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지난 4월 자회사 '보나비'가 운영 중인 '아티제'를 대한제분에 팔아치웠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 회장의 외손녀 장선윤씨 역시 '포숑' 베이커리 사업을 하는 '블리스' 지분 전부를 한달뒤인 지난 5월 영유통과 매일유업에 매각했다.
하지만 신세계SVN은 정부의 잇딴 경고 메시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재벌가 빵집' 가운데 유일하게 지분매각을 하지 않은채 굳굳이 버텨왔다.
한술더떠 정유경 부사장은 신세계SVN이 주로 이마트와 백화점 등에 들어서 있는만큼 골목상권 침해와는 관계가 없다며 아버지 회사의 지원을 믿고 오히려 사업을 확장해 왔다.
그러다 최근 공정위가 전방위 조사에 나서자 신세계는 지난 21일 뒤늦게 "정유경 부사장 보유지분 40%를 매각할 방침"이라고 꼬리를 내렸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정 부사장이 여론의 떠밀리는 식으로 마지못해 자신의 지분을 털기로 결정했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지는 남아있다.
신세계가 대주주인 회장님 딸의 지분 매각만 확정했을 뿐, 그룹 차원에서의 빵집 사업은 계속 이어갈 계획이기 때문이다.
신세계SVN의 지분 45%를 갖고 있는 조선호텔 측은 여전히 빵집 사업을 유지할 계획이다.
조선호텔은 신세계 그룹의 계열사다.
공정위는 “재벌 2세의 땅짚고 헤엄치기식의 영업관행을 포함한 국내 대기업의 내부 부당지원 행위에 대한 감시의 눈을 높이겠다” 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