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가 아시아 축구의 판도를 바꿨다.
김호곤 감독이 지휘하는 울산은 지난 10일 문수축구경기장서 열린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와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서 곽태휘와 하피냐, 김승용의 연속골에 힘입어 3-0으로 승리하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울산에 매우 뜻 깊은 우승이다. 구단 창단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 정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챔피언스리그 첫 결승 진출에 성공한 뒤 단 번에 들어 올린 우승컵이다. 울산으로서는 시즌 중반 채택한 '챔피언스리그 올인' 전략이 옳은 선택이었다는 걸 입증한 셈이다.
울산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울산 구단에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축구를 넘어 동아시아 축구에도 큰 의미가 있다. 중동으로 넘어갔던 아시아 축구의 헤게모니를 탈환했기 때문이다.
2003년 아시안 클럽 챔피언십이 챔피언스리그로 개편된 이후 아시아 축구는 서아시아의 중동과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한국·일본이 양분했다.
2003년에는 알 아인(아랍에미리트연합), 2004년과 2005년에는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가 우승을 차지하며 중동이 아시아 축구의 정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중동의 득세는 오래 가지는 못했다. 2006년 전북 현대의 우승으로 아시아 축구의 패권이 동아시아로 넘어온 것. 전북의 우승 이후 2007년 우라와 레드, 2008년 감바 오사카, 2009년 포항 스틸러스, 2010년 성남 일화가 잇달아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과 일본이 아시아 축구의 왕좌를 돌아가며 차지했다.
2011년에는 동아시아의 클럽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전북이 2006년에 이어 다시 한 번 우승을 노렸지만, 홈경기서 연장 접전 승부차기 끝에 알 사드(카타르)에 무너진 것. 카타르는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선수들을 영입해 아시아 무대를 공략한 끝에 정상에 올랐다. 알 사드의 우승으로 중동은 6년 만에 아시아의 패권을 다시 가져갔다.
하지만 중동의 패권은 1년 이상을 가지 못했다. 울산의 완벽한 축구에 무너진 것. 준결승전까지 무패 행진(9승 2무)으로 결승전에 오른 울산은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완벽한 모습이었다.
12경기 연속 무패(10승 2무)와 9연승으로 깔끔하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마무리한 울산은 아시아 축구의 판도를 바꿨다고 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면 논쟁의 여지를 남겨두었겠지만, 완벽한 모습으로 우승을 차지한 이상 울산이 아시아의 패권을 차지했다는데 아무 이견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