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와 돌연사의 상관관계를 입증한 연구결과가 국내 대학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가습기 살균제는 2011년 수십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증폐질환자의 돌연사 원인으로 지목된 이후 전국에서 300여건의 의심사례가 보고됐다.
7일 영남대 단백질연구소 연구팀에 따르면 시중에서 유통되는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인 PHMG와 PGH를 권장사용량대로 사람의 혈청단백질과 피부세포, 혈관세포, 제브라피쉬의 배아와 성체에 투여한 뒤 생리적 영향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PHMG와 PGH가 심혈관 급성 독성, 피부세포 노화 촉진, 배아 염증 유발 등 심각한 독성을 지닌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PHMG 제품의 권장사용량대로 처리한 물에 제브라피쉬를 넣고 생존을 관찰한 결과 PHMG(최종 농도 0.3%) 처리군에서는 75분 만에 제브라피쉬가 전멸했으며, PGH(최종 농도 10mM) 처리군에서는 65분 만에 역시 제브라피쉬가 모두 죽었다.
죽은 제브라피쉬의 심장조직 분석 결과 심장 대동맥에서 콜라겐 섬유화가 급격히 진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는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중증폐질환자의 돌연사 원인이 급성 염증의 증가와 심장 대동맥 섬유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폐사한 제브라피쉬의 혈청에서는 염증인자가 대조군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고, 간 조직 분석에서도 심각한 지방간 유발과 급격한 간염증 증가가 발견됐다.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이 사람 피부세포에도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PHMG 제품의 권장사용량대로 사람 피부세포에 처리한 결과 세포사멸이 너무 심각해 더 이상 실험을 진행할 수 없었고, 10배로 희석처리한 실험에서도 세포의 절반 가량이 사멸했다"고 밝혔다.
"피부세포 노화도 촉진시켜 혈관 대식세포 변형과 동맥경화 유발 효과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선천적 면역을 담당하는 대식세포는 변형이 발생할 경우 각종 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
PHMG와 PGH를 미세하게 주입한 제브라피쉬의 배아에서는 발달 속도가 느려지고 염증이 증가하면서 배아 사멸이 증가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특히 PGH를 주입했을 때 배아의 발달 속도가 가장 느리고, 염증도 가장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한국창의재단의 '학부생연구프로그램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 연구 결과는 독성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SCI국제학술지 '심혈관 독성학'지의 온라인으로 출판됐다.
연구를 총괄한 조경현(44) 생명공학부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의 사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중증폐질환으로 수십명이 사망했다는 보도 이후 가습기 살균제 제품은 회수되고 판매가 중단됐지만 샴푸나 물티슈, 살균용 스프레이 등에서는 동일한 성분이 사용될 수 있다"며 "살균제 성분의 독성과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원인 중 하나를 과학적으로 밝혀낸 만큼 생활용품 제조 성분의 안전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