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시절’ 2회의 한 장면이다. 김희선(차해원 역)이 주택가를 걸어가는 데 배경이 무덤이다. 경주를 와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꽤나 이색적인 풍경이지만 경주 시내는 보통 이렇다. 내가 무덤이라고 말을 하면 경주에 사는 사람은 끝까지 고분이라고 말한다. 3년간 경주에 살면서 내린 결론은 ‘고분>무덤’ 으로 인식돼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시내에 있는 무덤은 고분으로 또 왕릉으로 문화재이니 봐 줄만 하다. 황성동 주거단지에는 공동묘지가 있다. 공동묘지 주위엔 현대아파트가 있고, 요즘도 상가들을 짓고 있다. 처음에 큰 충격을 받았었다. 어떻게 공동묘지 옆에 집을 지을 수 있을까? 무덤은 부동산에 부(富)의 외부효과를 주어 가격을 떨어뜨린다. 이걸 알면서도 경주사람들은 무덤 옆에 집을 짓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무덤에 대한 경주사람들의 관대함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부터 워낙 지척에서 큰 무덤을 보면서 자란 탓에 작은 무덤 따위는 그냥 애교인 것이다.  학술적인 관심도 생겼다. 무덤 옆에 있는 부동산을 감정평가 할 때, 경주에선 다른 지역과는 다른 기준이 적용될 것 같다. 적어도 다른 지역의 감가기준이 여기서는 일률적으로 적용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마흔 여덟 먹은 서울내기는 지금, 경주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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