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문화는 서로 상존(相存)하는 관계이며, 역사의 연도가 길수록 문화의 제도도 깊어진다.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을 기록한 것을 역사라고 한다면, 문화는 문명이 발달되어 편리하게 되는 일이나 진리를 구하고 끊임없이 진보와 향상을 꾀하는 인간의 정신적 활동이다. 인간 그 자체는  쉼 없이 계속되는 인간 노력의 중요한 창조체요, 완성체인데 우리는 그런 노력의 기록을 가리켜 역사라 부르기도 한다. 역사의 존재는 쉽게 말하면 온갖 인간 생활에 산재해 있으며 과거의 사람들을 평가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미래를 판단케 한다. 역사는 자유 의식의 진보로 인간 자신이 그 대상이므로 역사에 내재하는 조건의 하나는 역사가 인간의 일을 파괴하고 이해하고 알리도록 노력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역사의 연구에는 자료와 방법 이외에 반드시 사관(史觀)이 있어야 한다. 빠지지 않고 꼭 지켜야 할 일은 역사는 신의 것도 아니며 자연의 것도 아닌, 인간의 역사이면서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제3의 세계라 한다. 그래서 역사는 소중한 인류의 체험이며 시대의 창조이다. 그런 까닭에 역사는 반드시 의미를 가져야하며 깊은 의미를 상실한 것을 두고 역사라 할 수 없다. 사학가인 김성식 교수는 그의 저서 '문화인의 역사의식'에서 "문화는 역사의 덩어리로 역사는 문화의 근원이다. 달리 표현한다면 문화는 역사의 열매요, 역사는 문화의 뿌리이므로, 역사가 있는 곳에 문화가 있고, 문화가 있는 곳에 역사가 있다"고 증언했다. 문화는 한 나라의 국민적 수준을 가늠하는 것으로 위상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지나간 역사를 평가하자면 한때 '구미 문화는 죄의 문화이며, 일본의 문화는 수치의 문화'라 비평하기도 했다. 나라마다 문화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가치도 약간 다르며, 국민들은 다른 목적을 추구하면서 다른 충동을 갖고 다른 형태의 행복을 그리워하는 것이 문화의 양상이다. 서양의 르네상스는 부유하고 세력이 강한 상층의 문화라 한다면 조선시대 문화는 가난한 선비의 문화라 비록 빈한하고 검소한 생활이지만 거기엔 안목(眼目)이 있어 그것이 그들의 지성과 교양의 표현이다. 역사가 없고 뿌리 없는 문화는 플랑크톤적인 부초문화이다.논설위원·교육행정학 박사 손 경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