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용광로 못지않다. 어찌나 달아올랐던지 밤에도 쉬이 가라앉지 않는다. 연신 뜨거운 호흡을 해대며 기어이 열대야를 만든다. 열기는 잠자리에까지 쫓아와 마치 근심어린 사람처럼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게 유도한다.   그러나 폭염(暴炎)이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니다. 동전의 양면처럼 쌍수를 들고 반기는 이들도 있다. 여름 한철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미소를 짓는다. 태양의 강도가 약해지면 바캉스업계는 비상이 걸린다. 그들에게 이 더위는 그야말로 값진 기회이고 살림을 살찌우는 밑거름인 것이다. 여름은 여름다워야 농사가 잘 된다는 농민들도 그러하다. 도타운 햇살 없이는 튼실한 알곡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더위 따윈 제쳐두고 일한다. 힘에 겨워도, 온 몸이 땀으로 흥건히 젖어도 우리의 먹을거리가 당신들의 두 어깨에 달려 있기에 뙤약볕과의 대면을 기꺼이 허락한다.   모처럼 만의 휴가를 받아 쉬는 사람들도 빼놓으면 서운할 일이다. 열심히 일한 후 떠난 휴가지에서의 경험은 일상에서 쌓인 답답함을 푸는 동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비타민이 된다. 더위와 함께 주어진 휴가는 알뜰살뜰히 챙겨야할 보상인 것이다.     한쪽이 불리하면 다른 한쪽은 유리한 것이 세상의 이치다. 하지만 유불리를 넘어 사시사철 누구나,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안전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휴가철에는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되어야 행복한 시간도 보장된다. 이 즈음해서는 움직임이 많기 마련이어서 교통사고, 물놀이 사고, 화재 등 위험요인이 도사린다. 통계에 따르면 가족동반 여행이 늘어나면서 어린이 교통사고도 평소보다 약 30%나 늘어난다고 한다. 계곡의 급류에 휩쓸려 일가족이 숨지기도 하고, 캠핑을 하다가 화재로 아버지와 자녀들이 목숨을 잃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도 종종 일어난다. 안전 없이는 어떠한 쉼도 의미가 없다. 이러한 가르침을 염두에 둔다면 휴가로 집을 비울 때부터 점검을 철저히 하자. 먼저 사용하지 않는 전원과 가스밸브는 차단한다. 출발 전 차량의 냉각수와 타이어 공기압도 점검한다. 휴가지에 도착하면 안전한 장소에서 취사와 야영을 한다. 음주수영을 금하고 음식물 조리 중에는 가스폭발이나 화상을 입지 않도록 화기 취급에도 주의한다.  휴가를 즐기는 데 정해진 틀은 없다. 형편에 맞게 단기 출가나 봉사활동, 영화보기, 독서, 여행을 할 수도 있겠고, 나와 같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평소와 다르게 아주 느린 생활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저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안전하게 여몄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8월에 대한 시인 오세영의 표현을 잠시 빌려본다. '8월은 분별을 일깨워 주는 달이다. 사랑에 빠져 철없이 입맞춤하던 꽃들이 화상을 입고 돌아온 한낮, 우리는 안다. 태양이 우리만의 것이 아님을, 저 눈부신 하늘이 절망이 될 수도 있음을, 누구나 홀로 태양을 안은 자는 상철 입는다. 쓰린 아픔 속에서만 눈뜨는 성숙, 노오랗게 타 버린 가슴을 안고 나무는 나무끼리 풀잎은 풀잎끼리 비로소 시력을 되찾는다. 8월은 태양이 왜, 황도(黃道)에만 머무는 것인가를 가장 확실하게 가르쳐 주는 달.' 우리 모두 분별을 일깨워 안전한 가운데 성숙의 눈을 뜨는 시간을 보낸다면 나름 의미 있는 휴가, 기억에 남는 8월이 되지 않겠는가!대구보건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최 영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