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정치가 키케로는 사람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 6가지를 이렇게 꼽았다.  다른 사람을 짓밟아야만 뭔가 얻을 수 있다는 환상, 스스로 바로 잡을 수 없는 것들을 쓸데없이 걱정하는 성향,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의 태도, 사소한 이득이나 욕망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탐욕, 정신의 발전과 수양을 게을리 하고, 읽고 연구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는 것, 자신이 하는 대로 다른 사람도 그렇게 믿고 그렇게 살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 쯤 대면하게 되는 실수들이다. 모두 자신에게 긍정적인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결과다.  어떤 실수든 실수는 성장통처럼 아픔이 따르기 마련이다.  때때로 완숙한 인간으로 가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안전에 있어 실수는 용납키 어렵다. 기필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우리에게 안겨주기 때문이다.  지인 K의 사례는 사소한 부주의가 어떤 사고를 초래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K는 추석을 앞두고 산소와 주변을 말끔히 정리하기 위해 동생들과 벌초에 나섰다. 선산은 예상한 대로 여름 동안 무성하게 자란 잡풀 때문에 봉분의 존재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조상님께 죄송한 마음에 서둘러 잡풀을 베어낸 후 K의 눈길이 머문 곳은 볼품없이 뻗은 한 나무였다.  한식과 달리 키와 가지가 눈에 띄게 자라 봉분에 쓸데없는 그늘을 만들어냈다.  예초기를 잡은 김에 신경에 거슬린 나무도 잘라내기로 마음먹은 K의 동생은 서둘러 기계톱을 들고 나무둥치와 씨름했고 어느 정도 원하는 성과를 내는 듯했다.  그런데 아뿔싸! 나무가 기울면서 톱날이 나무에 끼어버렸고 톱날을 빼내는 과정에서 힘의 반동에 의해 톱날이 반대편에 서있던 K의 종아리를 예고 없이 베어내고 말았다.  K는 정강이뼈까지 손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고 오랫동안 피부가 괴사되는 고통으로 애를 먹었다.  이제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나면 집안마다 조상님들의 산소를 찾아 벌초를 하느라 분주해질 것이다.  위험에 노출되는 환경에서 움직임이 많아지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통계에 의하면 벌에 쏘이고 뱀에 물리거나 예초기로 인한 사고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벌초 전에 반드시 긴 막대기로 벌집이 있는지 확인하고, 벌집을 건드렸을 때에는 최대한 낮은 자세를 취하거나 엎드려서 벌을 자극하지 않도록 한다.  벌에 쏘였을 때에는 핀셋보다는 신용카드 같이 딱딱한 것으로 피부를 밀어서 벌침을 뽑아내고, 얼음찜질을 하거나 진통소염제를 바른 후 그늘에서 안정을 취하면 보통은 나아진다.  하지만 호흡이 가빠지거나 두드러기가 나기 시작하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벌에 쏘이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피부노출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쏘이면 위험한 얼굴과 목 주위는 수건이나 옷깃으로 보호하고 작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한 냄새로 벌들을 자극하는 향수나 스프레이 사용도 자제하고 성묘 후 막걸리나 음식을 버려두지 않는 것도 사고를 예방하는 길이다.   큰 사고로 이어지는 예초기 작업은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안전화와 보안경 같은 안전장구를 반드시 착용하고 예초기 칼날이 돌이나 나무뿌리에 부딪히지 않도록 작업할 곳을 미리 살펴보는 지혜도 필요하다.  안전과 연관한 실수는 한 순간 기분 나쁜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대개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아픈 결과를 가져다준다.  이를 명심하고 주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구보건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최 영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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