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한글과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세계한글작가대회’가 열리고 있다. ‘한글과 한국문학의 세계화’라는 주제와 ‘모국어와 문학, 한글과 문학’, ‘한글과 한국문학의 세계화’, ‘세계 속의 한글문단’ 등의 주제로 국내외 유명작가와 한글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발표와 열띤 토론의 장을 펼치고 있다. 경주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우리 문학의 최고봉인 박목월, 김동리 선생의 고향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깊은 행사다.   모국어를 가지고 살아가는 민족은 흔치 않다. 더구나 문자언어를 고스란히 지키고 살아가는 민족 또한 많지 않다. 모국어와 문자를 잃은 민족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고 혈통은 존재하지만 문화의 정체성을 세계에 알리는데 한계가 있다. 몽고어와 만주어는 이제 통용되지 않고 문헌과 사전으로만 존재한다. 한 때 세계를 호령했던 몽고족과 만주족은 역사 속에 주인공에서 밀려났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고 한글문학이 우리 민족의 문화와 철학을 알리는데 얼마나 큰 공로를 할 것인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짚고 넘어간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시도다. 이런 논의가 줄기차게 이어질 때 우리 문화와 역사가 얼마나 장구하고 아름다운가를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된다. 이 시점에서 경주시는 아주 중요한 가치 하나를 세우지 못하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우리 소설문학의 대표적인 작가인 김동리 선생의 생가도 복원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건 깊은 반성의 여지가 있다. 경주시는 2009년부터 박목월과 김동리 선생의 생가 복원사업을 구상했다. 박목월 선생의 생가는 건천읍 모량리에 2014년 6월에 복원했다. 하지만 김동리의 생가 복원 사업은 여태껏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성건동의 김동리 선생 생가터에 살고 있는 집주인들이 부지를 절대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보상비용이다. 무턱대고 팔지 않겠다는 집주인의 의도는 알지 못하지만 경주시가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못할 바도 아니다. 대문호의 생가를 복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 문학계의 상징적인 장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환상적으로 표현하자면 한국 문학의 성지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신문학의 양대 장르의 거두가 경주 출신이라는 점은 경주의 큰 자랑이다. 김동리와 박목월의 인물적 가치로 스토리텔링을 한다면 경주의 문화 콘텐츠가 더 튼튼해질 것은 자명하다. 강원도 평창군이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스토리텔링해서 ‘효석문화제’를 여는 것을 쳐다보고 있기만 할 것인가. 경주는 동리 목월을 내세워 국내 최대의 문학·문화행사를 구상해도 충분한 명분이 된다. 황금을 보자기에 싸서 밀쳐두고 있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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