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날짜를 정하여 경축하는 기념일을 명절이라 한다. 설날을 제외한 양대 명절로는 북쪽에는 단오절, 남쪽은 중추절이다.  음력으로 8월 보름인 중추절은 신라시대에는 '가배'라 불렀고, 가배가 가위, 한가위로 변하였다. 추석이란 말은 중국에서 온 '예'에 관한 이론과 실제를 기록한 예기(禮記)에서 전하여졌다. 한가위를 추석이라 했던 것도 가을 저녁이란 뜻이 있어 달 모양을 닮은 떡을 만드는 풍습이 생겼다.  예부터 우리 민족은 조상을 잘 섬기고, 그 분들에 대한 예우는 지극정성이다. 조상님 은덕에 한해 농사를 잘 지어 오곡백과를 수확하고 풍성한 음식을 장만하여 제물로 바치는 갸륵함이 잘 나타나 있는 풍습이다.  태양은 양력을 의미하고, 달은 음력으로 계산된다. 금년 추석은 양력으로 9월 하순이라 계절적으로 가장 적합한 절기다. 소설가 이효석의 '가을풍경'에 보면 "가을은 차고 이지적이면서도 그 속에는 분화구 같은 정열을 감추고 있어서. 그 열정이 이지(理智)를 이기고 있다. 때로는 열정과 이지가 무섭게 대립하여 폭발하는 것이 가을의 감정이요, 성격이라" 했다.  릴케의 시 '가을날'에 "어느덧 가을입니다. 지나간 여름은 위대했습니다. 태양이 그대의 그림자를 눕히고, 광야로 바람을 보내주었습니다. 일 년의 마지막 과실이 열리도록 남국의 햇볕을 이틀만 더 베풀어 주옵소서" 안개와 무르익은 열매의 계절-가을은 허전함을 잃어버린 듯 아쉬움의 계절로 느껴진다. 보름달은 가을을 연상케하고 가을은 '여름이 타고 남은 것이다' 했음은 하늘이 높고, 구름이 맑아 서늘한 대기에서 하얀 달이 향기 가득한 국화꽃을 비추는 계절이다. 추월(秋月)이라 하여 가을하면 보름달이 생각난다.  가을이 깊어가면 짙은 마음보다는 가벼운 감정을 느낀다. 우수수 갈바람에 산천이 쓸쓸한 제 / 달 밝은 사창 가엔 벌레가 우는고야 / 찬 자리 팔굽베개에 잠들 길이 없어라. 시흥이 감지되는 가을이다.  불가에서도 달은 인간의 본성이라 했다. 그러므로 구름을 벗어난 달은 그렇게 환하고 밝다고 했다. 더구나 채워지고 이지러지는 보름께 달을 바라보는 멋은 마음을 나누는 벗보다 대화가 다사롭다고 한다. 가사문학의 대가인 정철의 '송강가사'에 "내 마음 베어내어 저 달을 만들고자 / 구만리장천에 번듯이 걸려있어 / 고운 님 계신 곳에 비추어나 보리라" 올 한가위 달을 보며 같은 생각, 같은 소원을 기도하고 싶다.손 경 호  논설위원·교육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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