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신앙과 종교에는 각별히 섬기는 신(神)이 있다. 다른 신과 구별하여 경신(敬神)이라 하여 절대시하는 대상의 존재가 있다. 필자는 몇 년 전에 이슬람 국가의 몇몇 사원을 방문할 일이 생겼다. 유럽이나 아프리카, 그리고 중동의 상당수 나라는 전 국민의 거의 전부가 이슬람교 신도인 무슬림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추석 명절인 9월 하순에 이슬람교 선지자 무함마드가 태어난 메카의 외곽에서 성지순례에 나선 무슬림들이 뒤엉켜 넘어지면서 700명이 넘는 사망자가 생겼고, 수천 명이 부상을 당한 참사가 일어났다. 보도에 의하면 1990년도 1,500 가까운 사람이 같은 참사로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슬람교에는 세 곳의 성지가 있다. 알라신이 태어난 메카와 그가 박해를 받다 옮겨 종교를 일으킨 메디나, 그리고 무함마드가 승천한 곳으로 알려진 알아크사사원으로 되어있다. 전 세계 무슬림들은 어디에 있든 하루 다섯 차례 성지 메카를 향해 무릎을 꿇고 알라신에게 감사와 찬양을 바친다. 무슬림들의 평생 최상, 최고의 꿈은 일생에 한 번이라도 두 발로 직접 메카를 찾아가 창조주를 경배하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6·25한국전쟁이후 우방국 터키군대가 경기도 일대에 주둔하면서 이슬람교가 전파되어 서울 이태원과 경기도 광주, 그리고 부산 동래에 본부 사원이 현존하고 있다. 중동의 몇 나라가 산유국으로써 풍부한 재력으로 전 세계에 이슬람교 신도수가 곧 머지않아 개신교, 천주교 신도를 능가할 만큼 전교의 수가 확산되고 있다. 메카 성지순례는 건강하고,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과거에는 뜨거운 사막을 몇 달씩 걸어서 메카를 찾았다. 순례를 마친 사람은 알라신을 체험한 감격에 젖어 집으로 귀향하는 동안 천상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들 사이에 최고의 언어(말)가 '하지'란 용어이다. 그 뜻은 메카 성지순례를 가리키는 말이면서도 동시에 순례를 끝낸 사람들(무슬림)에 대한 찬사의 존칭어이다. 세 곳의 성지 중 메카와 메디나가 있는 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이다. 그곳에서 드리는 예배는 다른 곳에서 섬기는 예배보다 500배 또는 1,000배의 축복을 받는 곳이라 믿고, 일생에 한 번 그곳을 참배하려고 몇 년씩 돈을 모으고, 정성을 드리며 오매불망 기도한다. 이슬람교 비신자인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생소하고 이색적이며 기상천외한 일이다. 거룩하신 신을 찾아 기도하면서 찾아가는 선한 사람들에게 왜 재앙이 발생하는가? 지구촌 최대의 종교행사에 왜 사고가 생기는 걸까? 죽음도 불사하고 오히려 그 죽음이 신도의 영광으로 생각하는 것이 알라신의 섭리인가. 맹목적 신앙은 정말 불가사의하다는 느낌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손 경 호 논설위원·교육행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