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드리나무도 터럭 끝만한 데서 생겨나고 구층지대도 한 삼태기 흙에서 일어나며 천리걸음도 발밑에서 시작된다. 끝을 조심하기를 처음처럼 한다면 망가뜨리는 일이 없다" 노자의 말씀이다. 모든 일의 시작은 미미하지만 나중의 일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는 까닭에 매사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덕경(德經) 수미(守微)편에서 알려주고 있다. 살아가는 동안 도처에서 직간접적으로 접하는 재난과 실패가 이와 다르지 않다. 지난달 26일 발생한 상주터널 화재도 그랬다. 시너를 실은 화물차가 터널 벽면을 거침없이 추돌하면서 일순간에 불에 휩싸였다. 이 불로 차량 11대가 훼손됐다. 또 화물차 운전자가 중상을, 주변 운전자 등 19명이 연기를 마시는 피해를 입었다. 당시 터널에는 수학여행길에 오른  초등학생과 교사 70여명을 태운 버스 2대와 유조차량까지 있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모든 사고가 그렇지만 터널화재는 더욱 아찔하다. 세계적인 교훈으로 남은 몽블랑터널 화재를 떠올리면 우리가 얼마나 조심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1999년 3월 24일 11시쯤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연결하는 11.6㎞의 몽블랑 터널에서 불이 났다. 마가린과 밀가루를 실은 트럭에서 비롯된 대형 불덩어리는 39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화재진압에 50시간이 넘게 소요되었고 차량 33대가 손상되었다. 터널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이처럼 예상치 못한 피해를 초래한다. 순식간에 1,000도가 넘는 고온, 천장구조물의 손상, 늘어선 차량의 피난장벽 등 제한된 구조에서 빚어지는 어려움은 운전자와 탑승자는 물론 구조대원들의 인명피해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따라서 주의와 함께 강도 높은 대비가 필요하다. 터널에서 교통사고나 엔진과열로 화재가 발생하면 차량용 소화기나 터널에 비치된 소화기와 소화전으로 신속하게 초기진압을 할 수 있어야한다. 만약 화재확산이 급격히 진행되어 초기에 불을 끌 수 없다면 차량키를 꽂아둔 채 피난하자. 그래야 소방관들이 차량을 이동시키고 화재진압을 할 수 있다. 대피할 때는 안전한 터널 밖이나 비상통로를 통해 옆 터널로 빠져나가야한다. 터널입구에 설치된 안내표지로 사고를 신속하게 알리고 차량진입도 차단해야 한다. 이러한 움직임 하나가 다른 피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상주터널 사고로 볼 때 당국의 안전 대책도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재난 대비가 허술하여 피해를 키웠던 몽블랑 터널은 사고가 일어난 지 3년 뒤 300m 간격으로 내부기압이 자동 조절되는 피난대피소 37개를 마련했다. 아울러 100m 간격으로 116개의 연기배출구를 설치했다. 이로써 통행이 허용됐으며 국제적으로 터널안전수준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크고 작은 터널이 1천700여 개에 이른다. 그런데 문제는 10곳 중 1곳이 화재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길이 500m가 넘는 터널 169곳이 반대 터널로 피할 수 있는 대피통로가 없는 데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기본적인 제연 설비조차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제연설비가 어렵다면 부가적인 장치라도 시급히 설치해야 하는 실정이다. 많은 터널화재사례를 보면서 모든 운전자들의 터널사고 대비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 설치된 소화설비나 배연설비 그리고 경보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평소의 유지관리 노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손쉬운 예방책은 '작지만 거대한 우리의 안전운전'이다. 최 영 상  대구보건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