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은 대천리물(代天理物), 즉 하늘을 대신해 만물을 다스리는 존재였다. 이 때문에 가뭄 등의 천재지변과 같은 자연현상은 곧 임금의 통치력에 심각한 위협을 가져오곤 했다. 이에 왕들은 가뭄이 심해지면 먼저 수랏상에 올라오는 반찬의 가짓수를 줄이고 궁내에서 음악을 틀지 않았으며 당해 징수할 공물을 줄이고 금주령을 내렸다. 어디 이뿐인가. 그래도 가뭄이 해갈되지 않으면 마지막으로 구언(求言)을 통해 각계각층의 광범위한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아마 이 모든 것은 큰 가뭄에 구름과 무지개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운예지망(雲霓之望)이 간절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농촌에서는 강수부족으로 내년도 용수확보에 여념이 없다. 올해는 특히 여름철에 비다운 비가 없어 저수지에 물이 부족한 상태이다. 기상청의 장기 예보에 의하면 내년 농사철이 시작되는 4월까지 강수량이 평년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니 강수부족으로 인한 물 부족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국 강수상황은 남부지방은 평년의 약 77%, 중부지방은 평년의 약 58%수준으로 평년 강수의 약 69%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북지역의 경우에도 평균 강수량은 평년의 67%수준이며, 특히 문경, 안동 등 북부지역은 평년강수의 약 59%수준으로 나타나 대구, 영천 등 남부지역 평년강수의 77%에 비해 강수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저수율 상황도 지역별 불균형이 발생했다. 현재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에서 관리하는 저수지 664개소의 평균 저수율은 58.5%로 그나마 전국 평균 48.5%보다 상황은 나은 편이나, 전년 86.3%, 평년 77.1%에 비하면 매우 낮은 상황이다. 특히 문경, 예천 등 경북북부의 평균 저수율은 약 31%로 성주, 고령 등 경북남부의 평균 저수율 약 70%에 비하면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빈번히 발생하는 가뭄상황에 대비하고자 공사에서는 올해 연초부터 664개 도내 저수지에 대해 '급수대책 매뉴얼'을 수립함으로써 지역특색을 반영한 수자원 확보방안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선제적으로 가뭄에 대비하고 있다.  또, 내년도 영농을 대비해 가뭄대책상황실을 10월부터 운영해 저수율 50%미만 저수지에 대한 용수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세부 계획을 수립하고, 현재까지 구미·김천지사 관할 옥성저수지 외 12개소 약 400만톤을 저류 중에 있다. 연말까지 양수저류를 추가로 시행해 내년 영농에 차질이 없도록 용수를 확보할 예정이며, 추후 강수상황에 따른 저수율 분석과 모니터링, 낙동강 등 하천수를 끌어 저수지 물 채우기를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하천수 활용 농촌용수 공급 사업'으로 추진되는 '상주1지구'사업비 332억원을 확보해 내년 6월까지 중덕, 화달지를 연계하는 도수로를 긴급 설치하는 등 안정적으로 농업용수를 공급할 예정이다. 어쩌면 가뭄 해갈에 가장 중요한 것은 '예측'이 아닌 '준비'다. 이제 물은 항상 부족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지하댐 설치사업 등 효율적인 수자원 확보를 위한 다각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밖에도 수자원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물관리 자동화 시스템 확대추진과 노후 기반시설의 보수보강, 합리적인 수계 재편 등 부족한 수자원의 확보와 관리를 위해 정부, 지자체, 관계기관의 협업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계속되는 가뭄에 농업인은 물론 온 국민의 시름이 커져가고 있다. 이제 물 부족이 더 이상 우려가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우리 모두가 농업의 근원이며 식량안보와 연관된 소중한 물을 아껴쓰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물이 풍족할 때도 소중히 아끼고, 부족할 때도 더욱 소중히 아끼며 지금의 운예지망(雲霓之望)의 간절한 마음을 늘 잊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권 기 봉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