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에게 밀어닥친 불의의 일은 생각하기조차 안타깝기만 하다. 지난해는 세월호사건과 금년에는 메르스 사태가 그 대표적인 참사이다. 벌써 내년도 캘린더가 거리를 누비고 있다. 병신년이다. 끔직한 일은 쉽게 잊어버리고 빨리 사라지기를 바란다. 내년은 어떤 희망을 가지고 살며, 어떤 행복이 올 것인지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려진다. 새해가 다가오면 제일 먼저 기다려지는 것이 떨어져 살던 부모님이 기다려지고, 나를 낳아 기워 준 고향도 그리움의 대상 중 하나이다. 그곳에는 함께 살아 온 동무가 있고, 놀던 동산이 있고 모교가 있으며 친척이 보고 싶은 그리움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간은 평생을 기다림에 젖어 살아가는 실존인가보다. 한해가 저물어 가면 그리움이 많아진다. 어릴 때는 어머니를 기다리고, 청년이 되어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고, 노년이 되어서는 자식을 기다린다. 그리고 생노병사의 과정을 거치면서 끝없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기다림은 끝이 없고 또 기다림이 온다. 기다림은 언제나 기다림을 낳는다. 타향에서는 고향을 기다리며 그리워하고, 고향은 타향인을 기다리고, 겨울이 오면 봄을 기다리고, 봄은 다시 여름의 화사함을 기다리며, 여름이 되면 또 풍성한 결실의 계절, 가을을 기다린다. 기다림은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동·식물에도 존재하는 것이다. 귀소현상이라 해서 동물이 멀리 갔다가도 자기 집으로 되돌아오는 본능적인 성질인 귀소성이 있는가 하면 주변에 무슨 한이 서리길래 기다림의 꽃도 있다. 해바라기를 비롯해서 달개비꽃, 월견초, 달맞이 꽃, 박꽃, 상사초 같은 기다림의 대상을 사모하는 꽃은 어딘가 모르게 애처롭고, 애잔한 느낌을 준다. 사람의 생애 자체가 기다림이란 말도 있다.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 무엇인가를 기다린다. 어머니의 가슴을 기다리는 것에서부터 임종의 시각까지 작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인류의 역사도 기다림에 지나지 않는다. 종교인들은 내세를 기다리고, 사회개혁가는 지상의 낙원을 이룩하기 위하여 노력하며 기다린다. 신라인 최치원의 '님을 기다리며'에 이런 구절이 있다.  '달이 뜨면 오신다던 님은/달이 떠도 안 오십니다/님 계신 그곳은 산이 높아/달조차도 늦게 뜨나 봅니다'조바심을 감추고 느긋한 품성으로 기다림의 행복을 찾아가길 바랄뿐이다. 속담에 '마음 편안하게 기다리는 사람은 기다림에 지치는 일이 없고, 기다림을 배우면 모든 일이 잘 된다' 기다림이 희망이다. 손 경 호 논설위원, 교육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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