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정국에 언제쯤 '훈풍'이 불까. 연말 국회의 쟁점 법안 처리를 놓고 정치권의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여야는 20일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2+2 회동'을 갖고 의견 조율에 나섰다. 이들의 만남은 이번이 3번째다. 협상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에도 회담이 빈손회동에 그칠 때 여야 모두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 해야 한다. 현재 법적 처리 시점을 놓친 선거구 획정은 예비등록을 마친 정치 신인들의 법적 소송이 잇따라 터져 나올 정도로 막판까지 몰린 상황이다. 불과 10일 앞으로 다가온 연말까지 선거구 획정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현행 선거구는 무효 처리돼 아예 선거구가 없는 대혼란이 펼쳐진다. 박근혜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노동개혁· 경제 활성화법 등 쟁점법안 처리는 더욱 험난하다. 정의화 의장의 직권상정 카드는 무산된데다 주요 쟁점 곳곳마다 여야의 이견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개혁 관계법과 경제 활성화법안 처리를 놓고 국회의장과 청와대, 여당과 야당, 의장과 여당 간 갈등까지 겹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연히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도 답답한 심정이다. 청와대는 거듭해서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을 요구하고 있다. 정무수석의 의장 방문에 이어 대변인이 나서 국회의장에게 비정상적인 국회 상태를 정상화할 책무가 있다며 거듭 직권상정을 요구했다. 미래세대에게 죄를 지어서는 안된다는 대통령의 말에서처럼 정부의 절박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러한 행보가 국회에 대한 압박으로 보이고, 3권 분립에 위배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은 문제이다. 여기에 여당이 직권상정 결의를 하면서 정 의장을 압박하는 모양새도 바람직하지 않다. 급할수록 원칙을 되새겨야 한다. 국회 운영의 원칙은 여야 간 협상과 타결을 통한 합의의 도출이다. 여당 내에서도 야당과의 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 설득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여당과 야당은 지지하는 국민층이 서로 다르다. 당연히 하나의 법안을 놓고도 서로 입장이 다를 수 있다. 그런 만큼 하나를 내놓고 하나를 얻는 협상과 타협이 필요하다. 모두를 얻겠다는 방식으로는 합의 도출이 어렵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도 독소조항을 제외한다면 경제 활성화법안의 처리를 검토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정치의 요체는 서로 다른 의견과 갈등을 풀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출렁거리는 글로벌 경제, 연말의 날씨만큼이나 싸늘한 고용시장과 청년실업 문제 등 현 상황이 위기라는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그럴수록 원칙이 중요하다. 쟁점 법안의 처리, 여야 협상이 우선이다. 어쨌든 여야의 밥그릇 챙기기를 지켜본 국민들은 신물이 난다. 제 밥그릇 챙기기를 중단하라는 비난에도 마의동풍인 국회의원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여야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법과 원칙에 의해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선진정치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 은 희 정경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