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은 가까운 곳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은혜가 원수로 되어 돌아온다는 말도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배신(背信)은 믿음과 의리를 약속한 신의를 저버리는 경우를 말하며 유일하게 인간에만 속하는 것이다. 그리스의 철학자 소포클레스는 '기만하고 배반하는 것이 인간 본래의 마음'이라 했지만 왜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들이 가까운 사람에게만 발생하는지 생각할수록 안타까울 때가 종종 생긴다. 심리학자의 학설에 의하면 사람은 배반하기를 좋아하면서도 배반자를 증오한다고 하며, 불신하고 완전히 돌아서 버리는(배반) 것이다. 사람 이외의 다른 동물들 사이에 배신이 있을까? 어쩌면 인간 고유의 소유물이 바로 배신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모두가 잠시 생각해 보면 배신은 되새김질 할수록 불행한 일임에 틀림없지만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이 배신의 누적에서 삶의 주축을 박고 사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진실한 사랑을 배반당하는 것이 천 년의 화형(火刑)보다 더 고통스럽다고 하며 인간은 수많은 사람이 남에게 배신당하기도 전에 일종의 영광에 대한 갈망, 심지어 형벌에 대한 갈망으로 스스로를 배반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극작가 차범석의 '배반의 아픔을 이기면서'에서 "인간은 누구나 한 번쯤은 배반을 하면서 살아간다. 심지어 가족을, 스승을, 애인을, 그리고 친구와 친지를 배반하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배반을 하는 측보다 배반을 당하는 측이 더 상처를 크게 입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배반이라는 부도덕을 저지르는 편이 더 괴로워하고 살을 깍이는 아픔을 맛보아야 옳은 터인데 그게 아니다"  배신과 배반에 대한 기록을 가장 많이 남긴 작가가 바로 셰익스피어이다. 그의 대사에 의하면, 남자가 맹세하면 여자는 배반하는 것이다. 모든 인간들에게 던지는 교훈이다. 활 쏘는 법을 가르쳐 주었는데 끝내는 내가 그 과녁이 되었다. 자기가 마신 우물에 돌을 던진다. 대개의 삶은 어떤 일이건 잊어버리지만 배은망덕한 행동만큼은 잊지 못한다. 배은은 오만의 딸이다. 오렌지는 즙을 짜면 껍질은 버려진다. 심지어 배반자는 죄인의 기생충이라고까지 열변을 토했다.  충청도 공주지방의 지방민요 가사에 따르면 '앞 남산 바위틈에 언약초(言約草)를 심었더니 피는 꽃이 무슨 꽃인고 하니 이별초가 만발했네'그리스 속담에 '성자도 돈 때문에 제자에게 배신당한다'는 말이 있다. 배신은 인간끼리의 전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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