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절기에 맞추어 생활하는 우리 민족에게는 최고의 명절이 설날이다. 설날의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면 숨은 뜻이 깊숙하다. 설날은 음력 정월 초하룻날로 원단(元旦), 원일(元日), 신원(新原)이라고 불렀으며 근신·조심하는 날이라 해서 한문으로 신일(愼日)이라 쓴다고 했다. 조선시대 의정대신들은 모든 관원을 거느리고 대궐에 나가 새해 문안을 드리고 무명이나 명주를 바치고, 사당에 차례를 지냈다. 아이들은 새 옷을 입고 어른을 찾아 세배를 드리고 시절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는 풍습이 오늘날까지 전래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뜻 깊은 일은 한 해의 시작이 열리는 아침을 맞이한다는 의미가 더 깊다고 한다. 시인 청마 유치환의 "나는 고독하지 않다' 글을 보면 설날을 기다리는 정서가 잘 나타나 있다. '문화를 같이하는 한 겨레가 한 해에 몇 날이고 다 같이 함께 가슴을 열어 제치고 환희에 도취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 거기 따른 갖은 행사와 의식을 갖춘다는 것은, 그 겨레의 마음을 순화하고 화합시킴에 다시없을 뿐 아니라, 더구나 자라나는 어린 국민에게 정신의 윤기와 품성의 순치와 혈연에의 애착을 얼마나 부어줌이 되겠는가? 요즘 어린이들의 설날을 맞는 기쁨은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우리가 어릴 적에는 동지팥죽 먹을 때부터 설날이 기다려지는 것이었다"고  했다. 설날은 우리들의 생활의 시작이요, 그 출발점이다. 새로운 생활의 설계와 사업에 대한 구상과 그것이 실천으로 옮겨가는 첫걸음을 내딛게 되는 순간이다. 한자로 설날을 삼시(三始)라 하는 것도 설날 아침, 해의 시작, 달의 처음, 날의 출발이란 뜻이다. 시작은 신비롭다. 시작은 어떤 일이나 행동을 처음으로 하거나, 쉬었다가 다시 하는 것이고, 처음은 차례로나 시간적으로 맨 앞을 말한다. 그러므로 일의 시작이 중요하고, 처음이 나쁘면 끝도 나쁘다고 할만치 조심성이 가는 것이다. 최고위에 오르려하면 최저위에서부터 시작해야하고, 시작을 주의하고 처음의 한걸음이 장차의 일을 결정한다. 그러기에 끝맺음보다 시작이 쉬운 것 같지만 시초에서 끝을 예측할 수 있는 일이 허다하다. 천재예술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무슨 일이든 시작을 조심하라. 그리고 참아야 할 일이라면 처음부터 참아라. 나중에 참기란 더 어렵고 큰 고통이 따르게 된다"고 했다. 맹자도 "길은 가까운 곳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늘 헛되이 먼 곳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일은 해 보면 쉬운 것이다. 시작조차 하지 않고 미리 어렵다고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을 놓쳐버리는 것이다"고 제자들을 가르쳤다. 속담에도 교훈적인 말씀이 많다. '내친걸음'은 이왕에 시작한 일이란 뜻이고, 어떠한 일이든 시작이 중요하며 시작만 하고 보면 성공의 가능성이 반쯤은 보인다는 의미가 있는 '시작이 반'이란 뜻도 있다.영국 속담에도 '월요일은 일주일의 열쇠'이고,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를 처리할 수 없다고 한다. 시작은 전체의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