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해가 되면 나는 불국사를 찾는다. 내가 좋아하는 덕민 스님도 만나 내 귀를 씻어 주는 귀한 덕담도 듣고, 겨울 햇빛을 받으며 청운교 백운교 앞에 서서, 신라시대 그 무명의 석수 장인들의 숨소리와 발소리를 생각하기도 하고, 김대성이란 한 위대한 인간의 아름다운 영혼에 대해 생각하기도 한다. 나는 잘 모른다. 감동적인 바흐의 음악을 닮은 석가탑과 아기자기한 모찰트의 음악을 닮은 다보탑을 누가 만들었는지? 섬세하고 아름다운 조각의 청운교와 백운교, 연화교와 칠보교를 누가 만들었는지? 자연과 인공의 조화미를 잘 버무린 석축의 아름다움('거랭이 기법'으로)을 기막히게 축조한 그 신라 장인들은 과연 누구였는지? 나는 잘 알지 못한다. 불국사는 751년(경덕왕 10년) 진골 귀족인 김대성의 발원으로 창건 하였으며, 임진왜란 전 까지 아홉 차례 중창 및 중수를 거듭했다. 신라의 땅에 '부처님의 나라'를 구현 하고자 한 신라사람들의 의지가 표현된 절이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한 석가불의 나라, 극락전을 비롯한 아미타불의 서방 극락세계, 비로전을 중심으로 비로자나불의 연화장의 세계 등을, 신라라는 사바세계로 옮겨 놓은 것이 불국사가 아닌가. 나는 임진왜란 후 불 타 버린 옛 불국사 모습의 사진 한 장을 본다. 폐허로 방치된 불국사! 1910년대 일제 강점기 시절, 자하문과 범영루 등 일부 전각만 남아있는 훼손된 불국사 모습 을. 불국사는 그렇게 한동안 우리에게 버려진 폐허로 안타깝게 남아 있었다. 지금 한국의 땅에 불국사와 석굴암이 없었다면, 과연 우리는 외국관광객들에게 무엇을, 우리의 문화재를 보여 줄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정말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붉은 안개가 서린 문'이라는 '자하문'을 넘어서면 세속의 무지와 속박을 떠나서 석가불의 불국토인 대웅전에 이른다. 나는 최근에 석가탑과 다보탑을 보면서 두 개의 탑이 주는, 그 비대칭(!)의 구조가 갖는 조각의 경이로움을 발견 했다. 아, 그렇다. 불국사가 주는 아름다움의 비밀은 비대칭의 구조에 있다. 석가탑과 다보탑에서도 비대칭의 구조를 엿볼 수가 있다. 이것은 위대한 영혼, 김대성의 놀라운 안목인가? 신라인들의 뛰어난 상상력, 탁월한 예술성인가. 불국사 정면의 청운교와 백운교, 연화교와 칠보교의 그 미적인 구조도 비대칭에서 오는 아름다움이 아닌가! 절묘한 돌계단의 구조도 그렇다. 신라인들은 비대칭이 주는 아름다움의 비밀을 알고 있었나 보다. 며칠 전, 필자는 남시진 박사(계림문화재 연구소 소장)와 백운교 계단을 우연히 살피던 중, 백운교 석축 기둥들을 보다 깜짝 놀랐다. 다름 아니라 정교하고 아름다운 백운교 석축 몇 개의 기둥에 깨진 균열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백운교 석축의 균열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일제 강점기 시절 계단을 복원 할 때였을까? 그러나 균열 진 백운교 석축 기둥은 필자의 눈에는 아직 단단하게 보였다. 신라인의 정교한 돌 건축 기술을 믿기 때문이다. 나는 겨울햇빛 속 불가사의하게 빛나는 불국사를 보면서, 다보탑과 석가탑의 비밀을. 백운교 청운교와, 연화교 칠보교 속에 숨겨진, 그 비대칭 조각의 아름다운 비밀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