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예술의전당 내 라우갤러리가 오는 3월 한달간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김호연 교수(미술학과)의 건강을 기원하는 초대전을 가진다.    김호연은 식도암 말기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그가 병마와 싸우며 작업한 작품들을 이번에 라우갤러리에서 전시한다. 그림은 다른 한국 화가들이 흔히 지니고 있을법한 관심사로부터 초연하다. 동시대인들의 번뜩이는 모더니스트 스타일에 등을 돌린 채, 그는 단순하고 직설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작품을 만들어낸다. 단순성은 그림 자체에서 시작된다. 그는 진흙과 물, 그리고 다른 재료에서 그림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색깔의 범위가 제한받기도 하지만, 그의 기교와 주제는 재료 그 자체와 불가분하다. 진흙은 불교철학의 시원적 요소들 가운데 하나다. 대형 화폭속의 어린이, 호랑이, 누각, 나무 등과 달리 그가 그려내는 상 들은'삶'이라고 불리우는 '짧은 착각'을 구성하는 역동적인 요소들이다. 이것들은 찬란하지만 언젠가는 제각기 최초의 순수한 질료 상태로 되돌아가야 할 숙명을 안고 있는 것이다. 김호연은 혼성과 융합의 호흡을 하는 동시대 화가이다. 세계 곳곳에서의 작품전을 통해 뉴욕과 경주의 깊이를 함께 다루고, 중국, 캐나다, 일본을 넘나들며 한국을 호흡케 하는 세계인이다. 서양화와 동양화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현세와 내세 그리고 과거를 어우르는 그의 작품세계는 흑과 백을 경계하는 이분법적 단순 사고로는 도저히 한 눈에, 한손에 가늠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는 역사의 고향 경주에 살고 있다. 그 옛날 신라시대의 수도 경주는 절과 궁궐로 수놓아져 있다. 도심에는 한국사 초창기 왕들의 무덤이 곳곳에 깔려있고 산속에는 불교 조각과 성상들이 풍부하다. 경주 사람들은 누구나 조상들의 생활방식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지난 30년 동안 수도 서울은 대규모 건설 사업으로 모습이 크게 바뀌었지만 경주는 그대로 보존돼 있다. 그는 뉴욕에서 수년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순전히 한국적인 어법에 따른 그림에 정진하고자 결심한 것이 틀림없다. 그가 그려내는 이미지는 순군무지한 어린이의 즐거움에서 어른의 열정까지, 한국 무속 신화 속의 원초적인 현실에서 자연의 환희까지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전시된 단순한 화폭은 과도한 이미지를 관통하는 그의 비전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완결성과 단순성을 생명으로 하는 총체성이다.  이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