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사회에서는 인구를 종족의 힘과 부(富)의 상징으로 여겨 출산을 장려했다.산업혁명 이후 인구 증가에 의한 경제적 손실을 억제하지 않고는 국가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개발이론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지를 받았다. 선진국들은 이에 따라 다투어 저출산 정책을 폈다.  1960년대까지 우리네 가정은 '흥부네'와 다름없었다. 출산율이 6.0명에 이르러 가족계획 사업이 맹렬하게 추진됐다. 그 결과 10년 뒤에는 4.5명, 다시 그 10년 뒤에는 2.8명, 1990년대엔 2명 이하로 떨어졌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5년에는 전국 평균 1.24명(가장 낮은 서울은 1.00명)으로 새 세기 들어 '세계의 최저출산국'이 된 뒤 여태 그 '기록'을 깨지 못하고 있다.  '아들 딸 가리지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슬로건으로 출산 억제 정책을 펴오던 정부는 정책을 정반대로 바꿀 수밖에 없게 된지는 이미 오래됐다. 세계 최저 출산율로 급격하게 고령화하고, 인구 감소 현상이 예상보다 빨리 닥칠 것이라는 예견은 우리 사회 전반의 커다란 지각변동을 예고했었다. 그러나 그 위기감에 빠진 지도 15년째다.  이대로 가면 2050년엔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나 돼 '세계 제일의 노인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도 나온다. 실제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1960년에 2.9%였으나 2015년에는 14.3%로 크게 늘어났다. 고령화사회에서는 산업 활동 인구 감소, 복지 비용 부담 등으로 국력이 쇠퇴하고 경제성 둔화, 재정수지 악화 등 성장 잠재력이 낮아지므로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의식과 가치관의 변화 없이는 아무래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초저출산국이 된 건 출산과 육아에 대한 생각이 바뀐 탓임은 말항 나위가 없다.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을 중시하고, 자녀를 기르고 가르치는데도 질을 중시하며, 한 명의 자녀나마 경쟁사회에서 뒤지지 않게 키워야겠다는 욕구가 커지는 방향으로 가치관과 의식이 달라져버린 탓이다.  게다가 혼인율 감소와 이혼율 증가도 이를 부채질한다. 혼인율은 1990년보다 2015년에는 2.1배 하락한 반면 이혼율은 1970년보다 2015년에는 무려 12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혼 사유도 성격 차이 44.1%, 가정불화 14.4%, 경제 문제 13.6% 등으로 나타났다. 쉽게 결혼하고 헤어지는가 하면 독신이 늘어나는 풍조도 가정 해체와 초저출산의 요인이 되고 있다. 초저출산은 고령화사회와 맞물리면서는 그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다(身老不心老)'는 옛말이 있다. 백발이 성성하더라도 마음은 늘 젊다는 얘기다. '사람이 늙은 후에 또 언제 젊어 볼꼬 / 빠진 이 다시 나며 센머리 검을 손가 / 세상에 불로초 없으니 이를 설워하노라'. 일찍이 가인 이정보(李鼎輔)도 몸이 늙는 안타까움을 이렇게 노래했다.  식욕은 음식을 먹으면 없어지고, 수면욕은 잠자고 나면 없어진다. 성욕도 만족하면 해결된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만족해서 그만 살고 싶을 때까지 살지 못한다. '마음은 젊다'는 '더 살고 싶다'의 다른 말이지 않은가. 하지만 이제 오래 사는 게 '욕'이 되는 세태로 바뀌고 있다.  홀로 사는 노인이 숨져 부패된 채 발견되고, 질병과 외로움을 견디다 못한 노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홀몸 노인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늙은 부모 모시기를 꺼려 중산층까지 홀몸노인들이 급격히 늘어난다. 고령화사회 진입 속도가 세계 1위라는 조사 결과대로 노인 인구의 비중이 늘면서 홀몸노인도 급증한다. 맞벌이 부부도 크게 늘어나 홀몸노인이 증가할 요인은 점점 커지고 있다.  고령화는 인류에게 주어진 축복이자 '시한폭탄'이라는 양면성을 가진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건 분명 인류의 큰 업적이지만, 거기에 따르는 인구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은 곧 터지고 말 '시한폭탄'에 다름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고령화의 속도는 날로 빨라지는데도 대책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한다. 더구나 이 대책은 많은 시간과 투자가 요구되지만 효과는 늦게, 천천히 나타나므로 심각성을 인식하면서도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노인 문제는 바로 내일의 노인인 젊은이들의 문제이기도 하며, 가치관과 의식의 변화로 제동이 걸리지 않는 초저출산 문제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을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극복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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