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는 지금 대구시교육청의 후원으로 '제1회 대구 난치병 어린이 돕기 그림 공모전'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교육청의 예산 지원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오로지 본사 부담으로 모든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그리고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전시회를 열어 여기서 나온 모금액을 교육청을 통해 난치병 학생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이 행사를 위해 본사는 대구시내 600개가 넘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의 주소, 인원 등을 일일이 파악하고 기록한 다음 20만장에 이르는 도화지를 학교와 유치원별로 학생 또는 원생 수에 맞게 나누고 배달했다. 비용도 많이 들어갔지만 절차 하나 하나가 쉬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 본사에 도착하면 학교, 반별로 섞이지 않게 해서 심사를 한 다음 이를 일일이 기록하고 수상 대상자를 선정하고 개별적으로 알리는 일은 더 어렵다.  교육청의 도움을 받아 이 행사 내용을 모든 학교에 알렸다. 그러자 벌써부터 학부모 또는 교사들의 문의전화가 많이 온다. 도화지 뒷면에 상세하게 안내를 해놨지만 다 읽어보지 않고 묻는 경우, 도화지를 추가로 구할 수 있는 지 등이 대부분이다. 어쨌든 이런 전화는 행사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증거라 받는 사람도 귀찮지가 않다.  그런데 이런 전화가 꽤 자주 온다. '우리 학교는 이런 거 안 합니다', '이런 거 왜 해요, 안 하면 안 되나요?' 모두 학교측의 전화다. 행사를 귀찮아 하는 기색이 뚜렷하다. 쓸 데 없이 일을 만들어 학교에 업무부담을 주고 있다고 항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행사를 해보니 비로소 현재 우리 일선 교장, 교감, 교사, 행정직원들의 생각을 일부나마 읽을 수 있게 됐다. 물론 이런 행사로 학교에는 없던 일이 생기니 귀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와 학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런 행사는 자신 또는 아이의 미술 재능을 상대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아이에게는 색다른 경험이나 추억을 만들어 줄 수도 있다. 그런데도 단지 일정에 없는 행사라서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에게 도화지를 나눠주지 않은 학교가 많은 것이다. 본사에 걸려 오는 전화 중 상당수가 다른 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친구는 미술시간에 공모전 그림을 그렸다는데 자신의 아이는 그런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도화지를 아이들에게 아예 나눠주지도 않은 학교가 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이런 일도 있다. 학교에서 아이들의 도화지를 모아 본사에 택배로 보내줘야 하는데 평균 5천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물론 이 비용도 본사가 부담하면 좋겠지만 600여개나 되는 학교와 유치원, 그리고 반 단위 또는 개인별로 보내오는 '착불' 택배비를 감당하기에는 엄청난 부담이 된다. 본사가 도화지를 학교에 보내는 비용은 감당했지만 회수비용은 어쩔 수 없이 학교에 양해를 구하고 있다. 사실상 전국 단위로 이뤄지는 대부분의 작품 공모전은 응모자에게 이처럼 도화지를 보내주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다 작품을 보내는 비용은 본인 부담인 것을 감안해서 이렇게 하고 있다. 그런데 5천원의 예산이 없다며 아이들의 그림을 못 보내겠다는 학교가 예상 외로 많다.  이같은 학교의 '행태'에 실망을 한 수십 명의 학부모들이 개별적으로 본사를 찾아와 도화지를 갖고 갔다. 이들은 기꺼이 자신들이 택배비를 부담하겠다고 한다. 자녀가 하나의 '꿈'에 도전한다는데 4, 5천원을 아낄 부모가 있겠는가. 그런데 학교는 아이 한 명당 택배비를 계산할 경우 10원도 안 드는 수백명의 '꿈 도전' 비용 5천원이 아깝다며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안 보내겠다고 한다.  도화지를 미술시간에 아이들에게 나눠줘 그림을 그리게 한 다음 이를 모아 몇천원짜리 택배로 보내면 끝인데 이게 학교 현장에서는 엄청 귀찮고 힘든 모양이다.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면서 '이런 좋은 기회가 있으니 한 번 도전해 봐라' 하는 교사가 대다수이겠지만 '이런 것 왜 하느냐'고 따지는 교직원들도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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