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전은 한차례 요란한 먼지바람 같은 것일는지 모른다. 난마처럼 얽혀 소란한 지금 우리의 정치문화는 바로 그런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는 것 같다. 한 철학자가 '정치가의 궁극적인 목적은 권력을 휘두르며 남을 지배하는 데 있다'고 한 말이 새삼스럽다. 
되돌아보면 우리의 정치 풍토는 정책 대결보다는 지방색 위주의 패거리 짓기, 지역 이기주의나 집권 야욕이 애국심보다 앞서 온 게 사실이다. 커다란 풍선 같던 공약(公約)은 정치적 목적만 이뤄지면 곧바로 물거품처럼 공약(空約)이 돼버리기 일쑤였다. 
선거철은 철새 떼의 대이동 시기이기도 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은 동지가 되고,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이 되는 소용돌이도 거듭돼왔다. 지금도 그 사정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아 보인다. 정치적 신조나 국민을 위한 헌신의 자세보다는 야망에 불 지피거나 이해를 따라 움직이는 행렬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여야가 극심한 내분을 보이면서 정치 혐오 분위기가 도지는 가운데 4·13 총선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다. 여야가 며칠 전 일제히 선거대책위원회를 공식 출범하고 본격적인 총선 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아직도 여야는 정책 대결보다는 '잿밥'에만 눈독 들인 싸움으로 치닫고, 집안싸움도 가라앉지 않아 유권자들을 혼돈 속에 빠뜨리고 있다. 
야당 분열에 이어 박근혜 정부의 산파였다가 변신한 김종인 더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지그재그 행보,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과 유승민 의원 간의 '치킨 게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옥새 파동', 최근의 '존영 논란'까지 잇달아 빚어졌다. 
여당은 이제야 여론을 추스르며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기 위한 표밭 세몰이 시동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야당은 단일화로 승부를 걸려고 하는 조짐까지 보이고, 여야의 공천에 탈락한 무소속 후보들이 연대 움직임이 감지되기도 한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에서는 공천 갈등을 추스르면서 그 사수를 위한 세 결집과 현역의원 무소속 후보에 대한 견제, 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는 국민의당과 더민주당 간의 민심 끌어들이기와 두 당 간의 연대설 등으로 신경전이 날로 팽팽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민생 외면 심판'을 앞세운 '개혁' 기치를, 더민주당은 '경제 실정 심판'을 내세운 '경제' 기치를 들고 있지만 얼마만큼의 설득력을 얻을는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이 역시 곱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정책 대결보다는 상대를 끌어내리려는 저의를 앞세우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정당이 어느 후보자를 내세우느냐는 정당의 몫이다. 그러나 권력 장악과 정권 창출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오만과 편견은 자제돼야만 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 같은 행태는 과거 어느 때보다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만은 아닐 것이다. 
선거전은 일정 기간만 필요로 하지만, 그 진실 캐기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게 바로 함정이다. 그래서 '선동'이 어김없이 선거철의 단골 메뉴로 뜨며, '소기의 목적 달성용'으로 사랑(?)받는다. 이기려면 양심은 일단 팽개쳐 두고 '가려진 진실'을 그럴듯하게 왜곡 포장해서 퍼뜨리며, 의도했던 목적이 이뤄진 뒤에는 진실이 제대로 밝혀져도 ‘물 건넌 뒤’가 돼 버리기 십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우리의 선거 풍토를 볼 때, ‘거짓 진실’을 과감하게 터뜨린 다음 표 몰이를 한 뒤엔 고소를 당하더라도 법적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적잖이 걸리므로 책임은 미미해지곤 했다. 그러나 무책임한 선동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선량한 사람들을 목적에 이용하는 악의적인 선동에는 그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싸움은 만물의 아버지’라 했다. 자연의 현상은 하나같이 모순․대립이라는 싸움이나 갈등에 의해 이루어지며, 궁극적으로는 사랑과 화해를 지향하게 마련이다. 그 한판 승부는 선이 악을, 이성이 감성을 이기고, 진정한 정치철학이 비속한 인신공격을 물리칠 수 있어야 한다. 
훌륭한 정치는 정직하고 창조적인 국민을 전제로 하기도 한다. 앞선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 배경에는 훌륭한 정치가 못잖게 창조적인 일에 집중하는 국민과 객관적이고 차분한 사회적 노력이 있었다. 이번 총선은 국민이 그런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한걸음 앞으로 나아간 선거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