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스러웠던 20대총선이 끝났다. 19대국회가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국민의 지탄을 받았음에도 19대국회를 이끌어온 기성정치권은 반성은 커녕 선거자체를 선거운동 기간 내내도록 패거리 싸움의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선거운동기간을 더이상 끌었다면 국민들은 스트레스를 견뎌내지못하고 폭발했을런지 모른다. 정치를 통해 더 나은 미래와 행복한 내일을 꿈꾸려 했던 국민들은 선거가 끝났지만 새로 구성되는 국회에 희망을 걸기엔 허망감이 앞을 막는다. 어쨋든 선거가 끝나면서 국민의 반정치정서와 관계없이 이번에도 어느 당이 이기고 진 결과에 따라 의회권력의 주도권이 결정되고 당내 계파별로도 권력 지형이 새롭게 형성될 것이다. 다만 이번 총선에선 종래와 달리 유력한 제3당이 원내에 진출하게 됨으로써 정치 지형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1·2당 사이에서 제3당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되면 국회내의 입법과정에서 지금까지 있어왔던 이른 바 '적대적 공생관계'가 깨질 가능성과 함께 헌법개정 문제와 공동정부구성 등 여러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정치권의 다짐데로 총선민심의 향배에 따라 국회운영과 국정운영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선거과정에서 보여준 정치권의 행태로 본다면 3당구도에서도 정치세력들의 움직임은 민심을 따를 것같지 않다. 선거때는 표를 얻기 위해 국민을 무시하는 공천과 패권정치의 집착이 빚은 분당에 대해 큰절하고 사죄했지만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표를 준 국민들의 뜻은 무시하고 파당적 이해데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번 선거는 각 정당이 과거 자신들의 정치활동 실적에 대한 공과를 비판받고 미래 발전의 비전을 제시하는 공약으로 표심을 얻게 되는 정당정치의 원칙을 사실상 무시했다. 선거운동기간 내내도록 여당은 진박이니 친박이니 하고 유치한 편싸움을 했고, 야당은 당권싸움에서 빚어진 분당사태를 반성하기는 커녕 신물나는 야권연대라는 선거공학적 술수로 국민을 우롱했다. 명색이 정당공약이 있기는 해도 급조된 공약이거나 국민들이 긴박하게 여기는 민생 안보 분야에 눈에 띄는 내용들이 없었고 여야간에도 특별히 이슈화시킨 정책경쟁이 없었다. 정책과 관련한 내용 보다는 김종인 더민주당의 대표와 강봉균 선대위원장을 영입해 경제정책공약의 구체성 보다 이미지 만들기에 치중했다. 더욱 코미디 같은 일은 이들이 과거 자신들의 정치색깔과는 반대쪽에 서서 정책노선을 들먹인 것이다. 그러면서 상대당으로 부터 나이에 대한 예우도 받지못하고 조롱을 받았다는 기막힌 사실이다. 정계의 원로들이 막장정치의 수장급으로 분장되고 있어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정치판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지만 국가의 운영은 정치가 중심이 되고 정치가 바로 서지못하면 나라의 장래가 위태로워진다. 정치에 실망하면서도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총선은 끝났지만 여야 정당들은 총선결과를 당내 해게모니 장악과 과련한 계파싸움으로 연결 시키고 내년 연말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의 대권경쟁으로까지 끌고갈 가능성이 크다. 경우에 따라서는 차기집권과 관련해 정당간의 이합집산이 이루어지거나 헌법개정의 문제도 이슈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총선후의 이같은 정치지형변화도 민심과 상관없이 수준낮은 정치술수로 진행되어서는 안된다. 정치권이 또 다시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선거기간이 아닌 평시에라도 국민으로부터 호된 저항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홍종흠 약력△경북대학교경영대학원 석사 취득 △매일신문 정치부장·사회부장·문화부장·논설위원·논설주간 역임 △대구광역시문화예술회관장역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부회장역임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제3대공동의장역임 △대구가톨릭대학겸임교수역임 △대구광역시 문화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