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는 밤과 낮이 바뀌었다. 과반 의석인 150석 이상이던 거대 여당 새누리당이 졸지에 터널에서 허둥대고 있다. 야당분열에도 제1당이 된 더민주당은 여소 야대 정국을 탄생시켜 표정이 밝아졌다.  이번 총선에서 집권여당이 과반의석은 무너졌지만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안보는 물론 경제안정과 국민대통합을 위해 호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을 파트너로 연정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당도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4·13 총선의 특징은 새누리 과반 붕괴와 전남(이정현)과 전북(정운천)에서 각각 새누리 당선자를 냈고 대구(김부겸)와 부산경남에서 더민주 당선은 지역주의 타파에 파란불이 켜진 것이다.  망국병 지역주의 타파는 이번이 기회다. 19대 국회가 여당이 과반이 넘었지만 법안 하나 제대로 통과 시키지 못한 최악의 국회란 오명을 남겼다. 이는 여야 모두에게 책임이 있지만 여당 내부의 계파갈등이 국회운영을 어렵게 몰고 간 것이다.  20대 국회에 여당이 과반은 미달되었다고 해도 122명 당선자 중 박대통령이 꼭 필요로 하는 당선자가 70여명에 달해 절반의 성공이다. 이들 당선자가 국정안정에 큰 도움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한 정당의 힘만으로 정권을 담당하기가 어려울 때 정당간의 제휴에 의하여 의회에서 다수파를 형성하는 경우는 내각제에서는 허다하다. 프랑스에서는 제3 ·4공화국 당시 단독내각이 거의 불가능하였고 연립내각이 일반적인 형태였다.  4·13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지자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트'를 넘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더민주의 구상대로 연대가 가능할지 미지수이다.  일각에서는 대선을 염두에 둔 연대·통합론까지 고개를 들지만, 이 역시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선거라는 무혈혁명을 통해 국정의 양대 축인 입법권을 야당에 내줬다.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 자리까지 흔들리고 있다.  무소속 복당불가 방침을 없던 일로 하고 무소속 당선자들을 복당시키는 데 혈안인걸 보면 다급해진 게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원내 1당은 필수적이기에 무소속 당선자를 받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납득할 수 없는 사유로 칼을 휘두르며 해당 인사들을 쳐냈던 새누리당이 아닌가. 과반의석은 고사하고 제1당의 자리마저 야당에 내줄 급박한 상황에 처하자 금세 입장을 바꿔 당을 뛰쳐나갔던 당선자들에게 엎드려 절을 하는 모양새다.  당의 공천학살에 반발해 탈당했던 당선자들이 대거 당으로 돌아올 경우 원내 1당 회복은 이뤄지겠지만 당내에서 공천 실패를 둘러싼 책임론 등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제 총선은 끝났다. 선거에서 이겼다고 오만 말라. 패했다고 좌절 말라. 무서운 민심이 대선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총선은 여야 모두의 승리요 모두의 패배임을 명심해야 한다.  어쨌든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국정안정을 위한 특단 대책으로 국민의당과 연대를 제의해야 한다. 내각의 요직까지도 던져야 한다. 망국병 지역주의가 영원히 사라질 때 성공한 대통령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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