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라일락 향기가 첫사랑을 생각하게 하고 진한 향기의 추억을 남기는 봄날의 분홍색이 절정이다. 나는 시민이 부여한 시의원의 고유권한을 가지고 잠을 잘 수 없는 봄 밤을 보내며 폼페이 최후의 날이란 영화를 보았었다. 그리고 얼마 후 로마 폼페이 도시를 직접 찾아 갔다. 상상속의 신화를 마주 대하고 보니 숨이 멎을 만큼 긴장감이 들었다. 2000년 전의 도시가 역사의 들판을 향하여 강인한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79년 8월24일 베수비오산이 폭발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화산폭발로 도시는 한순간에 잿더미로 묻혀버렸다. 한순간에 역사에서 사라져 버린 비극의 최후의 날이 인간화석으로 살아나오며 아름다운 예술과 풍요로 가득했던 고대 로마제국의 단면으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2천 년 전 그들의 순간이 영원으로 멈추어진 마차가 달리던 길도 걸어보고 그 양옆으로 사람이 다니는 인도를 걸어보며 그때 사람들의 숨결도 느낄 수 있었다. 예쁜 장식의 벽화저택의 산해진미가 가득한 대형식탁 옆에서는 우리의 풍족하고 풍성한 음식문화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로마제국의 융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로마가 망한 이유를 대라면 아이러니하게도 로마의 번영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각종문화와 물류의 왕성으로 평화 속에 번영을 누린, 그럼으로 인해 사치와 타락의 극치를 달린 로마제국의 문화를 폼페이 유적에서 보았다.  폼페이 원형극장을 보면서 인구 3만의 도시에 저렇게 큰 극장에서 무엇을 공연했을까 하는 의문이 듦과 동시에 자동차도 건물도 관공서도 큰 것만 좋아하는 우리의 문화를 떠올리게 되었다.  경주의 경우 경주시의 대표적 건물인 예술의 전당과 하이코 컨벤션 센터의 운영비도 걱정되는데 각 읍, 면, 동은 주민자치센터를 유행처럼 짓기 시작한다. 하늘마루의 화장장시설은 4기만 가동해도 인접도시까지 수용 해소가 가능한데도 7기로 지어 유지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천군동 자원회수시설은 애초 쓰레기 160톤 소각시설로 용역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200톤으로 크게 지어 지금은 태울 쓰레기가 없어 앞으로 운영상의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실정이다. 석장동 화랑체험테마마을은 1209억을 들여 짓고 있으며 700억을 들여 불국동에 짓고 있는 금속공예마을의 운영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된다. 지역관광문화 활성화에 접목시켜 경제 가치를 창출할 것인지 아니면 그 또한 예술의 전당처럼 돈 먹는 하마가 될 것인지, 시의원의 한사람으로 걱정된다.  아이와 엄마의 사랑스런 입맞춤과 죽어가면서도 서로를 보호해 주려한 폼페이 연인의 모습이 전시된 인간화석을 보며 애잔함을 느꼈다.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에 술과 여자를 안고 있는 모습이 유난히 많은 폼페이 사람들이 되살아나와 그때의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들려주었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  폼페이 유적 곳곳의 화려하고 세련된 건물을 돌아 나오며 쳐다보는 하늘은 높고 푸르다. 나무와 풀들만이 처연하게 유적을 지키고 있는 것을 보며 봄날의 분홍빛 향락을 누린 그 예후가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은 관계의 마침표를 확실하게 내린다. 폼페이 봄날의 분홍빛 잔치는 마침표를 찍었다.  역사는 죽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 속에 살아 꿈틀거리는 과거이다. 폼페이 목욕탕 찜질방을 보며 우리의 현재 목욕문화와 너무 똑같아 온몸이 경직되는 전율을 느꼈다. 폼페이의 콜로세움과 원형극장에서는 일 년에 300일 이상 축제가 열렸다고 하는데 우리의 경주시에서 각종 행사가 그 이상으로 열리고 있다. 폼페이 유적을 보며 반면교사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