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 월터 미셸은 '보상 미루기'라는 주제로 유명한 실험을 했다. 유튜브에 들어가면 마시멜로(말랑말랑한 과자) 테스트를 볼 수 있다. 마시멜로 하나를 접시에 놓아두고 교사가 말했다. "얘들아, 선생님이 잠깐 나갔다 올게. 먹으려면 초인종을 꼭 누르고 말하고 먹어. 하지만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면 하나 더 먹을 수 있어." 아이들은 고통스럽게 참았지만 결국 대부분이 초인종을 누르고 하나만 먹을 것을 결정했다. 가까운 현재의 충동을 참지 못해서 더 좋은 보상의 가치가 폄하된 심리현상이다. 인간의 심리적 오류를 연구한 롤프 도벨리 박사는 이것을 '과도한 가치폄하(Hyperbolic discounting)'라고 불렀다. 어른들도 비켜나갈 수 없는 부분이다. 이번 달 생활비가 빠듯하지만 충동을 자제하지 못하고 카드를 긁거나 과도한 부채를 짊어지고 무언가를 저질러버리는 행위도 '후 보상'에 대한 가치를 간과한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런 결정은 현재와 가까울수록 감정적인 이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마시멜로를 두 개 먹은 아이가 있긴 했다. 훗날, 한 개를 먹은 아이보다 학업 성취율이 높고 좋은 대학에 들어갔으며 사회적 성공을 이뤄냈다는 결과 보고가 나왔다. 충동을 자제할 수 있는 힘을 얻을수록 생각의 오류에서 헤어나, 더 나은 미래의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저 유명한 '백 년의 고독'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그는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라는 소설을 발표했는데 가장 재미있고 뛰어난 소설이라는 극찬과 함께 '리비도와 자기기만의 표출'이라는 다소 석연찮은 비평을 받았다. 리비도는 성적 욕망을 말하는데 주인공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그 리비도 때문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죄책감에 시달린다. 미혼으로 늙어가는 주인공은 못 이룬 사랑을 대리만족시키기 위해 수많은 여자와 섹스를 한다. 그는 유부녀와 정사를 나누고는 격정에 휩싸여 붉은 페인트로 여자의 아랫배에 '이 몸은 나의 것'이라고 적었고, 여자는 그 사실을 잊고 남편 앞에서 옷을 벗었다. 분노한 남편이 면도칼로 여자의 목을 베어 죽인다. 만년에 이르러 대부로서 가난한 여학생을 후원하던 그는 여학생을 범하게 된다. 뒤늦게 후회하고 관계를 끊었지만 여학생은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어느 날 여학생은 그가 평생 품어온 연인을 그리워하며 써 온 일기를 발견하고 자살하고 만다. 그 두 사건이 남자의 가슴을 찢어지는 고통으로 내몬다. 그는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노인이 될 때까지 결혼하지 않았지만, 충동에는 패배한 인간이었다. 연인의 대용품으로 수많은 여자에게 눈물을 안긴 그의 뼈저린 후회를 가히 짐작할 만하다. 눈앞의 직접적인 보상은 잔혹할 만큼 유혹적이다. 그 유혹을 억제할 수 있는 힘이 생의 오류를 피하게 만든다. 그 힘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마시멜로를 눈앞에 두고 보면, 볼수록 먹고 싶어진다. 보지 않으려고 등지고 앉거나 방을 돌아다닐 수도 있다. 마시멜로를, 썩어서 냄새나는 피자 조각으로 상상하거나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해보는 방법도 있다. 고양이는 내일의 쥐 두 마리를 얻기 위해 오늘 먹을 수 있는 한 마리를 살려두지 않는다. 다행히 우리는 고양이가 아니다. 인간만이 충동을 자제할 수 있다. 하지만 선을 향한 충동에는 망설임 없이 과감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