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교육청이 달성군 유가초등학교에 대해 오는 9월부터 통폐합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상당수의 학부모들이 반대하는데도 이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대구시교육청은 유치원과 유가중학교가 가까이 있어 '클러스터'가 형성되는데다 상급학교 진학 시 정서안정, 등하교 안전, 교우관계 지속 등의 큰 효과가 있고, 이번에 이전하지 않을 경우 유가면 지역 내 신설 예정학교가 없어 유가초 교명승계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적정규모학교 육성을 통한 교육력 제고, 각종 현대화 시설 등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여러가지 무리를 범하고 있다. 먼저 학교 이전 통폐합이 학부모나 동창들이 먼저 제안한 것이 아니라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청은 통폐합의 가장 큰 이유로 관내 취학 대상 어린이 수 부족을 들고 있다. 유가초등학교 취학 예정 어린이들은 2017년 14명에서 2021년부터 4명까지 내려간다. 이렇게 취학 대상 어린이가 줄어들기 때문에 학생수를 유지하기 위한 교육청의 각종 지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 학교의 이전 통폐합이 가장 설득력을 잃고 있는 것은 교육청이 이 학교를 살리기 위해 2012년 이 학교를 '행복학교'로 지정했다는 사실이다. 2011년에는 이 학교의 전교생은 32명에 불과해 폐교 직전까지 갔었다. 이런 학교가 지금은 학생수가 114명이나 되는, 정말로 '행복학교'로 살아난 것이다. 행복학교로 지정되면서 이 학교에는 모든 학생이 악기를 다루는 오케스트라가 조직되는 등 활기를 찾았다. 이 학교 학생의 반 이상이 '농촌 작은 학교'의 장점과 '행복학교'의 이런 프로그램이 좋아 전학과 이사를 온 경우다. 이 학교에는 또 학생들을 위한 음악관, 조류관찰관, 프리테니스장 등 수억원이 투자됐고, 지난해에는 운동장을 수천만원 들여 새롭게 정비하기도 했다. 이렇게 '잘 나가는' 학교를 갑자기 없애기로 했다니 이 학교가 좋아 아이를 전학시키고 이곳으로 이사까지 온 학부모들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교육청도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인근 테크노폴리스에 새로 학교를 신설하면 이곳으로 상당수의 유가초 학생들이 전학을 가게되고 취학 어린이조차 줄어들어 결국 유가초의 학생수는 반토막이 난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더라도 교육청은 이 학교를 보전할 책임과 이유가 있다. '책임'은 이 학교를 살리기 위해 교육청 스스로 노력해 왔다는 데 대한 것이고, '이유'는 교육의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원래 교육의 중요한 이념이 '다양성에 대한 인정'이 아닌가. 대도시 대구에서 농촌학교, 소규모 학교는 그 자체로 귀한 존재다. 통폐합이 되는 순간 "교육청이 우리학교가 작다고 버렸어"라고 생각하는 이 학교 아이들이 나올 것이다. 이 아이들에게 '작은 것도 소중하다'는 말을 교사들이 아무리 해봐야 받아들이겠는가.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주장이 가슴에 와 닿는다. "지금은 학생수 100여명의 농촌작은학교로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특성화된 교육을 받고 있고 논밭으로 둘러싸인 우수한 자연환경에서 운동장도 넓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수 있지만, 이전 통폐합 되면 학생수 1050명 규모의 대형학교에서 운동장은 법적기준에 턱없이 모자라 지금 학교의 절반 밖에 안되는 곳에서 체육활동을 해야 합니다" 참고로, 114명 수준의 학교라면 경북에서는 꽤 큰 학교다. 이런 학교를 통폐합한다고 하면 60명 이하의 학교가 절반인 경북의 학부모들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교육행정이 참 고르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