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영훈)은 21일부터 테마전 '활자의 나라, 조선'을 연다. 이번 전시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시대 국가 제작 활자 82만여 자의 전모를 최초로 공개한다. 이 활자들은 대부분 17~20세기 초까지 중앙 관청과 왕실에서 사용한 것이다. 중앙박물관 측은 "한 왕조에서 일관되게 사용하고 관리한 활자가 이처럼 많이 남아 있는 예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다"며 "특히 50만여 자에 달하는 금속활자는 세계 최대, 세계 최고(最高)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정조가 정리자(整理字)를 만드는 과정에 참고용으로 수입한 목활자도 처음 공개한다. 청나라 궁중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된 이 활자는 13세기 위구르 문자로 만든 활자를 제외하고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됐다.활자 보관장들의 전모도 만날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해부터 이 장들을 수리 복원했다"며 "그 결과 장의 제작연대와 활자 보관방법 등을 밝힐 수 있었다"고 밝혔다. 3종의 장 가운데 갑인자(甲寅字)의 별칭인 '위부인자(衛夫人字)'는 나무 나이테 분석 결과 17세기에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조선시대 연대를 알 수 있는 목가구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자료라고 박물관 측은 설명했다. 아울러 "정리자(整理字)를 보관했던 장에는 안쪽 깊숙한 곳에 소목장(小木匠) 이름과 제작 연대가 쓰여 있어 이 장이 1858년(철종 9)에 정리자를 다시 주조할 때 만든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활자장들의 서랍 이곳저곳에 나온 기록과 조선시대 활자의 수량을 기록한 목록인 자보(字譜)를 대조해 활자 보관 순서와 방식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당시 활자들은 한자 자전(字典)과 달리 부수를 줄여 효율적으로 보관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획수가 아니라 자주 쓰는 글자와 그렇지 않은 글자로 나누어 보관했다. 이는 조선시대 활자를 다루던 사람들의 독창적인 방식이다. 전시장에는 활자의 의미와 활자장 조사, 복원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물도 설치했다. 박물관 소장 활자를 활용한 사자성어 게임을 즐길 수 있고, 3D 프린트로 출력한 활자 복제품을 만져볼 수도 있다. 
장성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