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강남 아파트 살인 사건의 현장 검증이 있었다. 스포츠 교실에 모인 젊은 부인들이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며 한마디씩 세상을 한탄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스포츠 강사가 하루 다섯 번 웃으면 암에 걸리지 않는다며 자신을 따라 웃으라고 했다.  수강자들은 몰래 뀌는 방귀처럼 어색하게 입을 벌리다가 점점 최면 걸린 듯 자지러지게 웃었다. 그때 산 잘 타는 미시즈 김이 정색하며 말했다. "묻지마 살인 때문에 산에도 못 가고, 아파트도 나서기 무섭고, 아이 교육도 힘들고, 장사도 안 되는데, 웃음이 나와요?"  사실이다. 남의 일처럼 보던 뉴스 속의 사건이 언제 우리에게 일어날지 모르는 공포로 다가왔다. 범죄자의 양상을 보면 어떻게 저런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까싶지만 엄연히 현실에 존재하고 지금도 누룩 덩어리처럼 퍼지고 있다. 자신의 아이가 자라서 살인자가 되리라고 그 부모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온갖 타락의 곰팡이가 사회 구석구석으로 퍼져 가는데 우리 아이만은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다음의 책 두 권을 읽어보면 좋겠다. 심리학 교양서인 이태형의 '사이코 패스와 나르시스트', FBI 심리분석관 로버트 레슬러가 쓴 '살인자들과의 인터뷰'이다. 인간의 비정상 심리를 이해하는데 유익한 책이다. 범죄 심리를 분석한 로버트 레슬러는 '누가 살인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누가 그에게 살인이라는 환상을 제공했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강간, 살인범들은 거의가 비정상적인격장애자다. 인격장애자는 사이코패스(Psychopath:정신병질자)와 소시오패스(Sociopath:사회병질자)와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의 개념으로 뒤섞여있다.  일반적으로 사이코패스라고 부르는 이들은 자기중심적, 이기적, 냉담, 잔인, 무책임, 충동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죄의식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후회나 반성을 하지 않는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들에게 감정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슬프지도 기쁘지도 불쌍하지도 않다니, 그래서 잔인하게 도륙을 낸 시체 앞에서 담담하고 가책도 느끼지 못한다니!  그러면 누가 그들을 사이코패스로 만들었나?  아이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말하기 전에 이미 충분한 감정 능력을 배워야 한다. 적절한 감정 표현으로 양육자와 교감하고, 돌봄을 받고, 사랑을 느끼고 자라야 하는데 그 시기를 놓치면 벌써 5, 6세에 이상 행동이 나타난다고 한다. 8세~ 12세에 이르면 반사회적 행동이 뚜렷해지며 자기중심적인 외톨이가 되어 범죄의 첫발을 내딛는다.  살인범의 대개가 유아기부터 사랑을 받지 못했고 심각한 상처와 학대를 받았다. 미국을 예로 들어보자. 한 어머니는 TV 앞에 놓아둔 상자 안에 갓난아이를 넣어두고 일하러 나갔다. 좀 더 자라서는 놀이울 안에 음식을 놓아두고 TV를 켜놓고 나갔다. 어떤 살인범은 자기 방에 갇혀 지냈는데 그 부모는 저녁만큼은 엄마 아빠와 둘이서만 지내는 법이라며 아이를 쫓아냈다. 아이는 자신을, 집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하는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자랐고 결국 살인범이 되었다.  적절한 환경에서 자랐는데도 범죄자가 된 경우는 아이가 잘못을 저질러도 부모가 묵인했기 때문이었다. 강아지 눈을 찌르거나 남의 물건을 부수는 일은 나쁜 짓이라는 가르침을 받지 못한 채 자라나 살인범이 된 사례이다.  부모라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 가르쳐야 한다. 폭력적, 비인격적 체벌 역시 상처와 학대로 인식할 수 있으므로 위험하다. 부모의 잘못된 양육법과 소홀함으로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는 결국 인간이 아닌 괴물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부모들에게 바란다. 하루 다섯 번 아니라 쉰 번이라도 자녀를 끌어안고 자지러지게 웃기를, 마음을 들여다보고 자녀의 고통과 교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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