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회장을 지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홍기택 부총재가 밝힌 대우조선해양 지원 방안 발언의 후폭풍이 거세다.대우조선은 산업은행의 가장 큰 자회사다. 요즘TV 보도를 보면, 대우조선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사진사도 2011년부터 2년간 고문으로 일하면서 1억 원 가까이를 받았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사외이사를 정치권, 관료 출신이 대부분 차지했다. 불과 근간에도 대우조선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시절 인수위원을 맡은 정치권 인사를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비판이 들끓자 당사자가 사퇴하긴 했지만, 그 대범함과 일관성이 참으로 놀랍다. 나라살림을 권력투쟁의 전리품처럼 여기는 듯 한 조짐은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노골화하기 시작했다. 4대강 공사에 22조원을 쏟아 부었고, 경인운하 건설에도 2조원 넘게 썼다. 그런 엉터리 공사에 나랏돈이 제대로 쓰였을 리 없다. 해외자원개발에는 35조원 넘게 투입했고, 여기서도 천문학적 규모의 손실이 났다. 단지 어리석어서 그런 황당한 투자를 했을까? 왕년의 한 정치인이 그랬다. 떡을 만지다 보면 떡고물이 떨어진다고. 그게 누구 손에 들어갔을까? 부패는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현 정부 들어서는 국가 안보에 쓸 돈을 헛되이 쓴 방산비리가 수십 건이나 드러났다. 30년 전에 만든 모델의 침낭을 지금도 납품받고, 병사들에게 엉터리 방탄복을 입혔다 한다. 수십 개의 별이 연루되고 전 합참의장까지 기소됐는데, 아직 다 드러난 것 같지 않다. 오죽하면 방위산업과 관련한 비리 사실이 밝혀질 경우에는 이적 죄에 준하여 처벌하게 법을 바꾸자는 말까지 나온다. 낙하산들이 설친 대우조선해양은 수조원의 손실을 감추고, 분칠한 경영실적을 내세워 나눠먹기 잔치를 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돈을 대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자본을 확충해줘야 할 형편에 놓였다.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감사원이 국책은행의 자회사 관리 실태를 감사해 직원 3명의 문책을 요구했는데, 그들이 다 해먹었다면 소도 웃지 않을까?  그러나 나라에 대한 자긍심은 지난날에 대한 유치찬란한 미화로 생겨나는 게 아니다. 법과 정치가 국민이 사랑할 만할 때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다. 국민의 애국심을 좀먹는 가장 큰 적은 공직 부패다. 나라살림을 피폐하게 할 뿐 아니라, 국민의 정신을 냉소와 비굴로 이끌어 황폐화시킨다.  당나라 현종의 셋째 아들 이형은 여섯 살 나이에 안서대도호란 직책에 임명됐다. 변방 이민족을 상대하는 오늘날의 대사 비슷한 자리다. 어린애가 뭘 안다고? 걱정할 일 아니었다. 그는 수도 장안에서 녹봉만 받고, 실제 일은 현지에 따로 둔 관리들이 했다. 중앙에서 지방의 일을 본다고 하여 요령(遙領)이라 했다. 현종은 황제니까, 뭐든 못하랴. 그런데 민주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의 박근혜 정부에서도 공공기관에 요령 비슷한 낙하산이 수도 없이 내려앉았다. 청와대 몫이 3/1이고, 금융당국이 3/1, 그리고 나머지 3/1은 산업은행 몫이었다. 이탈리아의 공화주의자 마키아벨리는 "부패한 공직자에게 뇌리에 박히는 처벌을 해야만 사람들을 나라를 세울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그것을 못하고, 지금 이 나라는 산 채로 썩어 들어가고 있다. "통일을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강한 자긍심과 역사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 필요성을 설파하며 한 말이다.  차장이 180억 빼돌리어 호화생활 할 정도면 실세들은 얼마나 먹을까! 궁금하다? 국민세금 도적질한 님들은 역적죄로 다루어야한다. 그러나 책임지는 님도 없고 책임을 묻는 님도 없어 힘없는 국민들만 분통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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