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5대양 육대주, 그리고 하늘로 형성되어 있다. 지구 면적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는 지구 위에 짠물이 괴어 하나로 이어진 크고 넓은 부분을 가리킨다. 한 나라의 통치권이 미치는 지역으로 영토, 영해, 영공도 그 소유권을 갖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대륙에 달린 반도다. 봄, 가을에는 들판을 찾고, 겨울이면 산에 오르고 여름이면 언제나 바다를 그리며 휴가를 즐기고 섬을 찾는다. 필자도 지난 9월초에 한적한 시기를 틈타 남해의 절경 한 곳을 찾기로 했다. 육당 최남선의 '바다를 보라'고 한 구절이 생각났다. "큰 곳을 보고자 하는 자, 넓은 것을 보고자 하는 자, 기운찬 것을 보고자 하는 자, 끈기 있는 것을 보고자 하는 자는 가서 넓은 바다를 보라"고 했다. 창망하기 그지없는 바다, 그 깊이도 측량할 수 없고 또한 넓이도 알 길 없지만 무엇을 삼킬지라도 도로 토할 줄 모르는 바다, 때로는 예고 없이 무서운 풍랑을 일으켜 만물을 헤치는 횡포의 바다, 그래도 그 속에는 별별 기기한 생물이 있고 인간의 재물이 잠재하고 있다. 우선 무엇보다도 사람을 즐기기에 탐스런 바다를 에워싸고 있는 그림 같은 섬이 있기 때문이다. 다도해의 미항 통영에서 남쪽으로 30km, 여객선으로 연화도를 거쳐 1시간 반이면 39개의 섬 사이로 가장 큰 면 소재지의 섬 '욕지도'가 반긴다. 여러 섬을 감싸고 있어 남쪽 망망대해에서 불어오는 험한 풍랑을 막아준다. 멀리서 본 항구의 모습은 섬이라기보다 호반위의 떠 있는 풀섬같이 물에 갇힌 천혜의 요새로 한가롭기만 하다. 일찍이 인류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과 호기심이 강해 해상으로 나아가길 꿈꿔왔다. 해상 탐험가들이 온갖 고난과 위험을 무릅쓰고 신대륙 찾기에 목숨을 걸고 크고 넓은 대양에 야망을 가져왔다. 북유럽과 서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바다에 대한 소유권에 집착한 나머지 먼 곳까지 영해를 차지 하고자 꾸준한 연구를 계속해 왔다. 성서에도 "모든 강이 바다로 흘러드는데 바다는 넘치는 일이 없구나"하고 대견스럽고, 신비하게 여겨왔다. 철학자 키케로는 "바다를 제압하는 나라는 언젠가는 제국마저 제압한다"는 교훈을 남기기도 했다. 바다가 인간의 마음을 유혹하는 것은 배가 있고, 마음이 우울하고, 한적 할 때엔 바람이 일구는 파도의 모습에서 세상의 모든 시름을 밀어내고 새로운 각오와 결심, 그리고 웅비한 기운을 되찾게 된다. 그리고 바다의 절정은 아름다운 항구가 있어 그 멋을 한층 높인다. 떠나고 맞이하는 애환과 기쁨도 함께 하지만 배의 기착지인 포구는 언제나 사람을 모으는 파시(波市)가 형성된다. 필자가 아직도 가슴을 뭉클케하는 세계의 6대 미항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있다. 이태리의 나폴리, 호주의 시드니,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노르웨이의 베르겐, 캐나다의 밴쿠버, 아프리카 모로코의 탕헤르, 그때의 그 항구의 모습은 가슴에 영원히 남아있다. 행운아란 생각이 든다.